장흥군 부산면서 검찰·경찰총수 배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조그마한 시골마을인 전남장흥군부산면에서 검찰.경찰의 총수가 배출됐다.

장흥 출신인 김세옥 (金世鈺.58) 경찰대학장이 8일 신임 경찰청장에 임명됨에 따라 동향의 김태정 (金泰政.57) 검찰총장과 함께 검경 (檢警) 을 이끌게 됐다.

金청장의 고향은 장흥군부산면내안리, 金총장은 부산면용두리로 서로 1.5㎞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척간이다.

또 영광金씨 집안인 두 사람은 족보상 金총장 (主書파) 이 金청장 (天悌洞파) 의 삼촌뻘이어서 윗대 어른들끼리 다소 왕래가 있었다.

그러나 성장배경이 달라 두 사람 사이에 직접적인 교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金청장이 초.중.고교 시절을 고향 장흥에서 보내고 조선대 법대를 졸업한 '순수' 호남인인 반면 金총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여수중 - 광주고 - 서울대를 졸업한 '반쪽' 호남 인맥으로 분류돼 왔다.

金청장은 "서로 자주 만나는 사이가 아니다" 면서 두 사람이 동향이라는 사실이 언급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가족들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면한 적은 있을는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친분이 없는 것으로 안다" 고 말한다.

金청장은 부친 재숙 (在淑.79.전 강진경찰서 수사과장) 씨와 서울 종암경찰서장인 김옥전 (金玉銓.50) 총경이 바로 아래 동생일 만큼 '경찰가족' 으로 유명하다.

金청장의 임명소식이 알려지자 인구 2천2백여명밖에 안되는 부산면은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金청장의 초등학교 1년 선배인 내안리 이장 김재두 (金在斗.59) 씨는 "세옥씨가 성품이 곧고 차분해 언젠가 한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드디어 경찰 총수가 됐다" 며 기뻐했다.

한편 장흥출신 인사를 모두 총수로 맞게 된 검경 내부에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두 조직 사이에 협조가 잘 이뤄질 것" 이라는 긍정론과 "수사.사법기관에 '장흥 마피아' 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 는 부정론이 교차하고 있다.

김상우, 장흥 = 구두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