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일부고교 '자율학습' 논란…'명문' 만들기에 학생·학부모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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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기지역 일부 고등학교에서 '자율학습' 이란 명목으로 학생들을 방과후에도 밤늦게까지 학교에 붙잡아놓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경기지역은 서울과 달리 고입선발고사를 거쳐 학생을 뽑는 비평준화지역이어서 이른바 '명문고 만들기' 경쟁이 치열해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 일산신도시 일산대진고는 지난 2일부터 예체능계 지망학생 1백여명을 제외한 1~3학년 학생 1천6백여명 모두를 대상으로 오후10시까지 자율학습을 실시,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오후6시부터 4시간동안의 자율학습 시간에 교사들이 남아 학생들을 감독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이 학교 학부모 孫모 (46) 씨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딸아이가 등교 첫날 밤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아 학교에 알아보니 의무적으로 밤 10시까지 남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며 "도대체 이것이 제대로 된 교육이냐" 고 한탄했다.

이에대해 학교측은 "많은 학부모들이 자율학습을 원하는 데다 학기초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3월 한달 예정으로 의무적인 방과후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는 것" 이라며 "다음달부터는 원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만 시킬 계획" 이라고 밝혔다.

경기지역에서는 일산대진고 뿐만 아니라 분당고.서현고.분당대진고.안양고 등도 지난주부터 오후 10시까지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희망자에 한해 자율학습을 실시중" 이라는 이들 학교의 자율학습 참여율은 평균 70~80%대. 학생들은 내신평가 등의 불이익을 우려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자율학습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당고의 경우 자율학습이 가능한 날을 미리 적어내게 한뒤 '자율학습 출석부' 를 작성해 운영한다.

특히 자율학습을 실시하는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별도의 비용을 받는 보충수업을 하루 1~2시간씩 실시하고 있어 학생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과중한 수업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전익진·엄태민·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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