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엘리트가 바뀐다]1.'西軍'이 몰려온다…사정 칼자루 호남일색(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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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기부의 세 요직이 모두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측근 인맥으로 채워졌다.

이종찬 (李鍾贊) 신임부장이 지난주 임명될 때 金대통령에게 올린 신건 (辛建) 1차장.나종일 (羅鍾一) 2차장.이강래 (李康來) 기조실장 안이 그대로 수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모두 호남 출신이다.

辛차장은 전북전주, 羅차장은 전남나주, 李실장내정자는 전북남원이다.

이날 함께 임명된 김세옥 (金世鈺) 경찰청장도 전남장흥 출신이다.

광주고 출신으로 사실상 호남인맥인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까지 합치면 새 정부의 공안.정보.수사 요직의 핵심 수뇌부는 완전 호남통이 됐다.

거기에 한승헌 (韓勝憲.전북진안) 감사원장.천용택 (千容宅.전남완도) 국방장관.박상천 (朴相千.전남고흥) 법무장관 등이 이미 포진해 있다.

결국 '칼자루를 쥔 요직' 은 호남 출신들이 모조리 장악한 셈이다.

김영삼 (金泳三) 정권 아래에서 PK (부산.경남) , 특히 경남고 출신이 득세한 것과 같다.

당시엔 법무의 경우 박희태 (朴熺太).김두희 (金斗喜).안우만 (安又萬) , 검찰총장은 김도언 (金道彦).김기수 (金起秀) , 경찰청장은 김효은 (金孝恩).박일룡 (朴一龍) 씨 등 경남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결국 YS에 이어 金대통령도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확실한 권력 장악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안기부 트리오의 경우 경력상으론 별 공통점이 없다.

그러나 각기 金대통령으로부터 고유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안기부 개혁' 이란 큰 작업을 믿고 맡길 만한 인물들인 셈이다.

이들은 인수위원장이었던 李부장을 정점으로 인수위에서 함께 손발을 맞춘 경험도 갖고 있다.

법무차관 출신의 辛차장은 李부장의 법률적 측면을 보완해주는 기능을 할 것으로 알려진다.

대선전부터 李부장과 함께 대선기획본부에서 일했고, 인수위에선 사면.복권 대상자 선별작업 등 법무부쪽과의 업무조정 일을 맡아왔다.

경희대 교수로 인수위 행정실장을 지낸 羅차장 역시 대선전부터 金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역을 해온 브레인이다.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개인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북한문제에 정통하고 해외정보에도 밝다는 점이 감안됐다.

李기조실장내정자는 金대통령 스스로 "어떤 일을 맡겨도 잘 해낼 사람" 이라고 평했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인물. 치밀함과 기획력, 그리고 '북한 관료사회' 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아 기본요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배경으로 미뤄 金대통령의 뜻을 직접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김영삼정권에서의 김기섭 (金己燮) 운영차장인 셈이다.

이들을 통한 안기부 틀어쥐기 작업이 곧 단행될 전망이다.

비단 안기부뿐만이 아니다.

검찰이나 경찰, 여타 공안.정보기관도 비슷할 것이다.

공안.정보기관의 실질적 장악이 진정한 권력의 인수인계라고 金대통령 주변은 믿고 있는 것 같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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