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궁지…재선 가도 장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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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위기를 맞았다. 상원 정보위가 미국은 잘못되고 과장된 정보를 근거로 이라크를 침공했다는 보고서를 냈기 때문이다. 정보위는 이라크전 개전의 이유였던 대량살상무기 보유, 알카에다와의 연계는 중앙정보국(CIA)의 잘못된 추론에 의한 사실 왜곡이라고 단정했다. 보고서는 부시 행정부가 마지막 빌미로 삼았던 후세인 위협론까지 일축했다.

◇'이라크군은 약했다'=부시 대통령은 최근 전쟁 명분이 입증되지 않자 "어쨌든 후세인은 미국과 세계에 '위협'이지 않았느냐"며 전쟁의 불가피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정보위가 보고서에서 "후세인 휘하 이라크군은 걸프전 패배와 경제제재, 미국의 군사압박 때문에 1991~2003년 전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11일 보도했다. 정보위가 같은 기간 CIA가 이라크에 관해 작성한 정보보고 400여건을 분석한 결과다.

CIA 정보보고들은 후세인의'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미국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보위는 이것만으로 후세인이 '위협'이라고 단정하기엔 약하다고 지적했다. 정보위의 이 같은 결론은 이라크가 미국에 급박한 위협이 아니라며 전쟁에 반대하고 봉쇄정책을 주장한 사람들이 옳았음을 보여준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평가와 전망=워싱턴 포스트는 10일 "상원의 보고서는 이라크와 알카에다의 연계를 주장한 것은 CIA가 아닌 백악관의 잘못이었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이라크전 평가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방해할 중대한 위협이 되고 대(對)테러전 수행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타임스도 "보고서는 부시 대통령에겐 전쟁의 정당성을 해명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반면 민주당엔 전쟁에 찬성해준 과거를 변명할 구실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부시 진영의 한 대변인은 "보고서 내용은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주장해온 것과 일치하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9일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후세인 정권 당시의 이라크는 알카에다 연루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고 말하는 등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반쪽 보고서=이번 보고서는 ▶CIA가 이라크 정보를 어떻게 수집.분석하고 결론내렸는지 평가하는 부분 ▶부시 행정부가 CIA의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 전쟁에 돌입했는지 분석하는 부분으로 나뉜다. 이번에 발표된 440쪽짜리 보고서는 앞부분에 해당하며 뒷부분은 11월 대선 뒤에 완료, 공개될 예정이다. 이는 뒷부분이 미리 공개될 경우 부시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 공화당 의원들이 로비를 편 결과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라크.북 미사일 협력 논의=그러나 보고서는 미사일 도입을 둘러싼 북한과 이라크의 접촉과 관련한 CIA의 정보보고는 신뢰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CIA는 2001년 10월 '국가정보평가 보고서'에서 "이라크는 북한에서 미사일 기술을 구입하려 시도했으며 이와 관련한 비공개 정보가 있다" "이라크 군사장교 3명이 2001년 북한에서 (북한 측과) 미사일 협력을 논의했다"고 보고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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