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백경]6.점보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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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도심에 어둠이 깔리고 퇴근길 인파가 거리를 뒤덮을 때쯤이면 종로2가 파고다공원 돌담 밑에는 미래를 엿본다는 점술가들이 천막에 불을 밝히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유혹한다.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의 여파가 올들어 본격화되면서 실업과 도산의 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인들로부터 입시를 준비하는 청소년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궁합을 보려는 연인들까지,점보는 것을 미신이라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사람들도 무속인이나 역술인을 찾는 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자칭 '용하다' 는 파고다공원의 '홍일점' 여자점술가는 점을 보러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덕담을 해주고 희망과 용기를 주어 보낸다고 한다.

"사람의 운명이란 정해져 있지만 그 운명을 개척하는 것 역시 사람" 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72%가 한번 이상 점을 본 경험이 있고 그중 69%가 부적을 가져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점이 성행하고 있는 이유를 사회학자들은 세기말 특유의 혼란스러움과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급변하는 사회 속의 불안감으로 인해 점을 통해서라도 앞날을 알고자 하는 심리에 있다고 말한다.

점이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무속인을 통해 신점을 보는 것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신의 존재에 의해 운명을 엿보는 것이고 동양철학과 역학이라 불리는 역술은 사람이 태어난 해와 달, 날과 시 등을 통해 사주와 팔자를 풀어내는 것이다.

이밖에도 관상, 손금, 별자리점 등이 있고 굳이 무당이나 역술가를 직접 찾지 않더라도 컴퓨터 통신망이나 인쇄매체 그리고 전화 700서비스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점이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점쳐 보려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역술가나 무속인 역시 70년대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점괘에 나타나는 운명론을 무턱대고 믿을 경우 합리적인 판단력을 퇴색시켜 적잖은 폐단을 가져오기도 한다고 사회학자나 정신분석전문가들은 지적하지만 미신을 믿는다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현대인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적절한 자신의 의지와 암시가 살아가는데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학을 근거로 하는 일기예보도 틀릴 수 있으니 운명에 대한 예언도 틀릴 수 있는 것이지요. " 10년 넘게 점을 보고 있다는 '족집게 도사' 의 말이다.

사진·글=김희중〈에드워드 김·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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