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서리체제]국민회의·자민련…개별설득 총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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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집권후 여야 대치속에 소여 (小與) 로서 처음 치러지는 총리 인준 투표에 임하는 국민회의의 분위기는 긴장, 그 자체였다.

2일 아침 한나라당측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채택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지만 당 내부 기류는 낙관론보다 오히려 신중론이 지배적이었다.

의원총회에 앞서 열린 간부회의의 결론은 한마디로 "상황이 간단치 않다" 였다.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회의 후 "결코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며 "한나라당측의 총리 인준 부결 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는 말로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토로. 그는 "생각보다 한나라당의 결속이 굳어 보인다" 며 "접촉 초기에 협조의사를 보였던 야당의원들도 생각을 바꾼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고 우려를 표시. 박상천 (朴相千) 총무도 당 간부들에게 "한 두표 차로 결정날 수 있다" 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국적 견지에 호소하는 노력을 기울여달라" 고 신신당부.

○…간부회의에 이어 오후1시30분 원내총무실에서 열린 의원총회는 시작부터 비공개였다.

朴총무가 의원들 앞에 선 순간 한 의원이 장난스럽게 "의장, 노래나 한 곡 하라" 고 했으나 굳은 얼굴의 朴총무는 물론 아무도 웃는 의원이 없었다.

朴총무는 "일단 한나라당이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관건" 이라며 "그러나 야당측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당의 대책은 오직 단결뿐" 이라고 역설. 의원총회에서 朴총무는 원내기획실에서 작성한 '3월2일 상황대책 (안)' 이란 문서를 소속의원들에게 배포한 뒤 본회의장 행동요령을 치밀하게 설명. 이에 따라 소속의원들을 투표함 감시조.기표소 감시조 등으로 나눈 뒤 한나라당측에 의해 공개투표가 진행될 경우 '투표무효' 를 주장하며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는 등 투표를 중단시키기로 사전 결론. 만일 투표 중단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즉각 저지조를 투입해 정회를 요구하기로 했다.

투.개표 저지조는 김상현 (金相賢).김봉호 (金琫鎬).박정수 (朴定洙) 의원을 조장으로 3개조로 편성. 朴총무는 "이번 총리임명 동의안은 가부 (可否)가 한표 차로 결정될 수도 있다" 며 "과거 전례를 보면 무기명 비밀투표에서 무효표가 통상 10여표 이상씩 발생한 적도 있다" 고 각별한 주의를 촉구.

○…자민련은 이날 오후1시40분쯤 국회 총무실에서 김종필 (金鍾泌) 명예총재를 제외한 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의총을 갖고 본회의에 앞선 대책을 숙의했다.

몇몇 의원이 늦게 도착하자 이곳 저곳에서 질책성 고성이 터져나오는 등 전운 (戰雲) 마저 느끼게 했다.

관심은 온통 한나라당의 동향에 집중돼 있었다.

겉으론 덤덤한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무기명 비밀투표' 로 의견을 모아간다는 보고를 접하자 'JP총리안 부결' 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그려지는듯 일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한켠에선 "한나라당측에 '무기명 비밀투표' 를 촉구했지만 차라리 유회되는 게 낫지 않느냐" 는 의견도 나왔다.

"무기명 비밀투표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는 일부 낙관론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그만큼 절박해 보였다.

○…박태준 (朴泰俊) 총재는 이날 종일 국회 자민련총재실을 지키며 일선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사방에서 들어오는 보고를 받고 중진들을 불러 간이회의를 거듭했다.

그는 공개석상에선 평소처럼 큰소리를 내며 웃는 등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전망이 밝지 않다" 는 보고가 잇따르자 표정은 내내 어두웠다는 전언이다.

박승희.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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