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근해도 엘니뇨 현상…남해 멸치출어 한달 앞당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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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엘니뇨 영향때문인지 우리나라 연근해도 요즘 심상치 않다.

남해의 멸치잡이가 예년보다 한달 빨리 시작된 것도 그중 하나. 태평양의 수온상승이 난류를 일찍 북쪽으로 밀어 올렸기 때문이라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온다.

멸치 풍어는 당장은 희소식이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 해역에서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후변화와 인간활동에 특히 민감한 바다가 서해. 한국해양연구소 허형택 (許亨澤) 박사는 "서해는 말이 바다지 지구차원에서 보면 세수대야에 담긴 물이나 다름없다" 고 말한다.

평균수심 44m는 동해의 1천5백~3천m와 비교할때 코박으면 땅에 닿을 깊이라는 것. 한강.금강, 중국 황하의 민물이 섞이는 바람에 염분농도가 남.동해에 비해 떨어지고 여기에 오염물질까지 섞여 사실상 호수나 다름없는 서해는 날로 썩어가고 있다.

이는 인공위성사진이나 해양학자들의 현지탐사등에서도 빈번히 확인되는 실정. 서해가 이런식으로 변모하면 어종이 크게 줄 것은 뻔한 일. 이보다 훨씬 심각한 것은 홍수나 가뭄이 빈발할 수 있다는 것. 한 예로 겨울철 서해안 지역에 눈이 많은 것은 서해에서 증발된 수증기를 찬공기가 한반도로 몰고오기 때문. 만일 이 곳에서 바닷물의 증발이 시원찮다면 봄이나 초여름 가뭄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바다에는 꿈이 있다.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 파도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일으키는 파력발전의 적지. 잘만 되면 무공해에너지를 반영구적으로 얻을 수 있다.

북한의 서해 일부 해역을 포함, 포항 동쪽 바다, 서해 흑산도 인근등은 석유 매장지역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한국자원연구소 석유개발팀의 관계자는 우리 해역의 지질구조가 정확히 파악된 것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우리 해역에서도 석유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최근 국내 최초의 본격 석유탐사선인 '탐해2호' 를 도입, 올부터 석유찾기에 발벗고 나설 예정이다.

해양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우리는 바다가 가진 가능성을 10%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자원.석유자원.에너지가 널린 곳이 바다" 라고 말했다.

육지에서 '정치' 하는데 열중하기보다는 바다에서 '과학' 하는 자세가 절실한 때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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