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정위의 불공정한 신문 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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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앙.동아.조선 등 3개 신문 구독자들에게 경품과 무료구독 여부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지를 우편으로 보낸 것은 한마디로 월권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50조의 참고인 조사에 따른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신문보급소에 독자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뒤 이 명단을 토대로 피의자 신문조서나 다름없는 '신문 구독 관련 확인서'를 보낸 것은 명백한 과잉조치다.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까지 쓰라고 요구받은 독자들은 자신의 정보가 누설된 것에 불쾌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공정위가 공정경쟁을 유도해 신문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국가기관이 특정 신문 독자들을 표적 조사하는 것은 곤란하다. '특정 신문 죽이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어떻게 신문사 지국들이 국가기관의 요구에 따라 제출한 고객 정보를 이처럼 작위적으로 오용할 수 있는가.

최근 공정위의 신문 때리기는 도를 넘어섰다. 지난 4월 1일부터 신문의 경품과 무가지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를 내걸었고, 3억원의 예산을 들여 라디오 광고까지 요란하게 해대고 있다. 신문업계 종사자들을 범죄자 취급 하는 내용이니 신문업계 전체가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사 지국들도 정상적인 영업마저 손을 놓은 상황이다. 공정위 측은 "라디오 광고는 무기한 실시할 방침"이라며 요지부동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 검찰로 자처하고 있다. 그러려면 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이 도리다. 그러나 최근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패소율은 50%를 웃돌고 있다. 상당부분 법리해석 잘못이나 증거 불충분 때문이었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런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공정위의 공정한 법집행과 신뢰성 회복이 우선이다. 신문 독자에 대해서만 편법적인 표적 조사를 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