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에 고급 영어가 꼭 필요하진 않아... 실무능력이 가장 중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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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호 22면

TOEIC이라는 ‘상품’의 최종 소비자는 기업체다. 기업체는 TOEIC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평택에 있는 LG전자 Learning Center의 김광일 그룹장을 11일 만났다. 그의 업무 분야는 인력자원개발(HRD)이다. 그는 국내외 LG전자 공동체의 업무 역량 향상을 위해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영어 활용 능력에 대한 평가ㆍ관리도 그의 임무다.

인력 평가자 LG전자 러닝센터 김광일 그룹장

-입사 시 TOEIC 점수는 어떻게 활용하나.
“총점에는 넣지 않지만 입사 기준인 인문계 700점, 이공계 600점 이상이 돼야 면접 전형을 실시한다. TOEIC 점수가 높다고 해서 입사에 크게 유리하지는 않다. 서류 면접에 통과한 후에는 똑같다.”

-TOEIC 900점을 받고도 실제로 ‘입도 뻥긋 못하는’ 신입사원이 있는지.
“일정 TOEIC 점수 이상을 받은 사람들이 영어 면접을 거친다. 그래서 그런지 그런 케이스를 본 적이 없다. 900점을 받은 사람이 영어 말하기를 전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예상 질문을 달달 외우면 영어 실력이 부족해도 영어 면접을 무사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입사 지원 동기에 대한 평이한 질문부터 자신의 가치관ㆍ능력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을 한다. 일반적인 자기 소개, 성장 배경 같은 질문 항목은 평가점수에 들어가지 않는다. 본인의 능력과 회사 직무를 연관 지으며 실제로 할 수 있는 업무를 영어로 세부적으로 하나씩 따져 들어가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영어 실력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600~700점은 너무 낮은 것 아닌가.
“그 정도 점수가 일반적인 대학생들의 수준이다. 물론 그보다 점수가 높은 사람이 많다. 사실 업무 능력은 있는데 점수가 낮아 입사를 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가 된다. 영어만 잘하고 전공이 약한 신입사원은 곤란하다.”

--LG전자의 경우도 실제 커트라인이 900점 정도 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700~800점대다. 의외로 커트라인만 딱 맞춰서 들어오는 사원이 많다.”

--TOEIC은 TOEFLㆍGREㆍGMAT보다 쉽다. 간부ㆍ임원급의 영어 능력 개발과 평가를 위한 ‘고급형 TOEIC’이 필요한 것 아닌가.
“현재의 TOEIC으로 충분하다.”

-TOEIC Speaking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채용에는 올해부터 활용하고 있다. 영어 말하기 점수는 2005년부터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직원의 영어 말하기 능력을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테스트인데 이를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파악하게 해 주는 도구가 TOEIC Speaking이라고 판단한다. 주재원 선발 시 TOEIC Speaking이 기본이다. 5급(level) 이상이 기본이지만 상황별로 기준 점수는 다르다. 승진의 경우 가점은 없고 기본 커트라인이 있다. 입사 후에는 말하기 시험 점수가 평가 기준이 된다. 말하기가 되는 사람이면 듣기와 읽기가 어느 정도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말하기만으로 읽기ㆍ쓰기 능력이 좋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는 읽기ㆍ쓰기 중심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말하기가 되면 거의 기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읽기ㆍ듣기ㆍ말하기ㆍ쓰기 네 가지를 다 평가하면 좋다. 그것도 한꺼번에 짧은 시간에 평가하면 좋을 것이다. 현재는 네 가지를 다 보려면 시간ㆍ비용이 만만치 않아 효율성이 떨어진다. 상황이 바뀐다면 우수 인재 선발을 위해 네 가지 능력을 다 평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TOEIC Speaking이 협상ㆍ프레젠테이션 등 고난도 능력의 측정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 하는 데 고급(advanced) 영어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의사표현을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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