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도 그린 서비스 외면하면 도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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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호 24면

전남 순천만 연안 습지. 순천시는 이곳에 190여억원을 들여 ‘명품 생태 벨트’를 조성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통신회사인 KT는 이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KT가 제공하는 ‘생태 환경 모니터링’ 기술로 수질과 수위 관리, 화재 감지, 불법 어로 행위 적발 등을 하게 된다. 가령 수위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초음파로 이를 감지해 관제센터에 실시간 알려주는 식이다. KT는 9월까지 센서와 감지기,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해 무선랜 기술로 이 일대 생태계를 ‘원격 관리’하게 된다.

KT ‘그린 IT’의 선봉장 표삼수 부사장

KT의 요즘 화두는 ‘그린 정보기술(IT)’이다. 지난 3월 이 회사 기술전략실장에 영입된 표삼수(56사진) 부사장이 그린 IT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표 부사장은 “생태 환경이 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만나 윈윈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기술을 활용한 생태 관리 시스템 구축은 사무실에서 종이를 줄이고 형광등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기존의 소극적인 ‘그린 IT’ 개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KT의 ‘그린 IT’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순천만 생태 시스템 구축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4대 강 정비 사업에도 들어맞는다. 4대 강 정비 사업의 핵심은 ‘물 경영’이다. 수질이나 수량 관리에 KT의 누적된 정보통신 기술 역량을 적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KT가 보유한 무선인식(RFID)·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를 온실가스 배출 관리나 폐기물 추적·관리 등 차세대 환경 사업에 적용하면 ‘환경 경영’이 보다 빨리 정착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말 그대로 그린 경영이 ‘그린(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아니냐. 이런 신기술 덕분에 KT가 통신회사 이미지를 덜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KT가 그린 IT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언제부터인가.
“2002년 민영화 이후다. 민영화 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CSR)의 하나로 녹색 경영을 지속적으로 펼쳐 오고 있다. KT는 오염물질 배출 기업은 아니지만 통신시설 운용 등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책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서버가 ‘전기 먹는 하마’라고 들었다.
“KT에 6000여 대, KTF에 2000여 대의 서버가 있다. 이들 서버의 가동률은 평균 30% 미만이다. 8~15% 수준인 여느 기업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지만 가상화 기술로 가동률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상화 기술이란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하나의 서버를 마치 여러 개처럼 나눠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버 가동률을 70%까지 높이면 서버 대수를 절반으로 줄여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년까지 서버 에너지 비용의 18.8%를 감축할 계획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인 사례가 또 있나.
“지난해 5월 완공한 서울 목동의 인터넷컴퓨팅센터(ICC)를 들 수 있다. 목동 ICC는 15만 대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동양 최대 데이터센터다. ICC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서버의 입력 전원을 교류(AC)에서 직류(DC)로 바꿨다. 가상화 기술, 모듈화, 리튬이온전지 설비 등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전력 사용량을 20% 줄였다. 그만큼 ‘그린 인프라’가 된 것이다. 이곳 말고도 2006년에 완공한 남수원 IDC에도 직류 전원 체계를 도입했다. KT 전체 IDC에 직류 전원을 적용하면 연간 6만T의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는 자동차 4만 대를 없애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KT는 2013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10% 줄이고 에너지 비용을 742억원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터넷 화상회의 상용화를 적극화하는 것도 그린 경영과 관계가 있다고 하는데.
“지난 1월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회장실과 본사·사업부서, 주요 지역 네트워크, KTF 임원실 등 42곳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설치했다. 내부 분석 결과 KT가 국내외 회의의 20%를 인터넷 화상회의로 대체할 경우 연간 25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으로 환산하면 5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출장비용 절감(44억원), 생산성 향상(40억원)까지 감안하면 모두 137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왔다.”

-정관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가했다.
“KT가 보유한 토지·건물 등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서울 신내동과 경기도 화성 전화국 건물 옥상에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을 운용하고 있다. 각각 50㎾급인데 일반 가정 4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강원도 강릉수신소엔 유휴 부지를 활용해 500㎾급 태양광 발전소 설립을 준비 중이다.”

KT는 대전 대덕1연구소 안에 지하 100~ 150m에서 채집한 열을 활용한 지열 발전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소규모 사옥과 전화국 건물을 연료전지 충전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쯤 되면 ‘신재생에너지 전문회사’라고 봐도 될 듯하다.

-정보통신회사인 KT가 이렇게 ‘그린 경영’에 열심인 이유는.
“이제는 그린을 제대로 읽어야 IT의 승자가 되는 시대다.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에너지 절감, 통신 인프라 개선, 근무 환경 그린화 같은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IT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KT는 국내 최고의 유·무선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린 서비스’야말로 KT의 더없이 좋은 비즈니스 기회 아닌가.”



표삼수 부사장은
1953년 경남 함양 생. 부산고,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박사학위(컴퓨터공학)를 받았다. 42세 때인 98년 말 현대정보기술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래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대표(2001년), 한국오라클 사장(2005년) 등을 맡았다. 국내서 손꼽히는 정보기술 전문가로, 올 초 명지대 컴퓨터공학과에 둥지를 틀었으나 지난 3월 이석채 KT 회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기업 세계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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