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원내대표 경선 3차 방정식을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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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 쇄신특위 첫 회의가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렸다. 위원장인 원희룡 의원(中)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윤석 의원, 원 위원장, 나경원 의원. [연합뉴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21일 예정)의 판도가 혼미 국면이다. 당 쇄신특위 나경원 의원은 15일 경선 연기론을 들고 나왔다. 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 연기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높다”며 “쇄신특위가 쇄신안을 내놓은 7월 초께가 경선 시기로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친이명박계 권택기 의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이 상태로 원내대표 경선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조기 전당대회 등 전반적인 당 권력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는 것과 때를 같이해 새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선 연기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많아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날 쇄신특위와 재선 의원 간담회에서도 상당수 의원이 “당헌·당규대로 가야지 무슨 명분으로 경선을 연기하자는 말이냐”고 비판했다는 후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박희태 대표는 예정대로 경선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이 황우여 의원의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나설지도 큰 변수로 떠올랐다. 친박근혜계 핵심 멤버인 최 의원은 황 의원의 러닝메이트 제의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만약 최 의원이 경선에 뛰어들면 친박 표 상당수가 황 의원에게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박 전 대표의 반대로 무산된 상황에서 최 의원이 나온다는 얘기는 박 전 대표의 ‘재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황 의원은 당초 최약체로 평가됐지만 친박 표를 붙잡는다면 일약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와 맞물려 정의화 의원과 황우여 의원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의원은 출마를 선언하기 하루 전날인 13일 황 의원을 찾아가 양보를 부탁했지만 황 의원은 완곡히 거절했다고 한다. 현재 당내 세력 판도로 볼 때 안상수 의원이 앞선다는 얘기가 많아 정·황 의원이 2차 결선 투표 때라도 손을 잡을 여지가 있다.

이날 민주당 원내대표에 강경파인 이강래 의원이 뽑힌 게 한나라당 경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에는 이’라는 판단을 내린다면 강경 성향으로 분류되는 안상수 의원이 유리하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과 같은 극한 투쟁은 피하자는 여론이 높아지면 정·황 의원이 이득을 보게 된다.

◆쇄신특위 초·재선 의원 간담회=한나라당 쇄신특위(위원장 원희룡 의원)는 이날 초선(34명), 재선(7명) 의원들과 각각 간담회를 열고 당 쇄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간담회에서 권영진 의원은 “의정활동에 의해 공천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각 계파에서 ‘내 사람 심기’가 됐다”며 “의원의 자율성을 해치는 공천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학재 의원은 “지난 1년 동안 영문도 모르고 의원총회에 가 한참을 기다리면서 자괴감을 느낀 적이 많았다”며 “원내 의사 결정 구조가 원내대표단에게만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하·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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