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생각하면 어쩐지 짠한 이름, 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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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버지에게
  아리안 샤르통 엮음, 정재곤 옮김
열림원, 182쪽, 1만원

우리에게 생명을 준 또 하나의 존재,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어머니에 비해 늘 한 발짝 떨어져 서 있는 듯 하지만 ‘가정을 떠받치는 반석’(아가사 크리스티)과 같은 그들에 대한 기억을 담았다. 책의 내용은 빅토르 위고부터 르 클레지오까지 작가들의 편지와 일기·회고록 등에서 발췌한 아버지에 관한 부분들이다.

작가들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다채롭다. 애틋하고 따뜻하며 짠한 기억에서부터 지긋지긋하고 넌덜머리 나는 모습까지 작가들의 눈을 통해 그려진 아버지는 우리의 아버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상처를 주고 받지만 천형과 같은 부모와 자식 관계는 내 안에 있는 그들의 모습으로 인해 그리움과 아련함으로 남는다. 조르주 페렉은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그 분들이 내 안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흔적이 나의 글이고, 글은 그분들의 죽음에 대한 기억이자 나의 삶에 대한 긍정”이라고. 조르주 심농은 “나는 나 자신이 아버지임을 온몸으로 느끼고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너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아버지라는 직업’이 몹시 마음에 든다”고 자녀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힌다.

작가들은 말했다. 아버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내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배웠고(에릭 뇌오프),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레프 톨스토이)고. 그럼에도 “아버지는 내 안에 계시기 때문에 아버지를 잃어도 더 이상 슬프지 않다”(에밀 앙리오)라고 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겉으로만 나와 헤어졌기 때문이니.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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