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망치는 가구박물관…수십차례 설계 변경 '기형건물' 불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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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성북구성북동에서 '한국가구박물관' 을 건립하고 있는 고가구 (古家具) 전문가인 정미숙 (鄭美淑.50.서울성북구성북동) 씨는 '규제 일변도' 의 건축법 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지는 1천8백평인데 박물관은 고작 3백평만 지으라니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동안 모은 2천여점을 어디에 전시해야 합니까. " 鄭씨는 당초 집에서 조금 떨어진 자기땅에 5백여평 규모로 한옥 형태의 박물관을 세우려고 계획했다.

그러나 건축법상 전용주거지역에서는 전시시설의 총 바닥면적 합계가 1천㎡ (3백2평) 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에 부닥쳤다.

이에 따라 鄭씨는 계획을 변경, 당초 본관건물 안에 지으려던 '21세기 한옥' 등 테마건물 3채를 연면적 2백20여평 규모로 나눠 짓고 있다.

이뿐 아니라 1.2m 넘게 외벽 밖으로 뽑아야 전통적인 선이 살아나는 기와의 처마도 건축법에 얽매여 90㎝만 나오게 했다.

또 '21세기 한옥' 건물 안에 목조기둥을 세우려다 '외벽이 콘크리트일 경우 기둥도 같아야 한다' 는 규정에 따라 콘크리트 쇠기둥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규제 때문에 설계변경만 수십차례 했고 관련 건축서류만도 수천장을 준비해야 했다.

이로 인해 95년 착공, 96년말 완공하려던 계획이 물거품되고 지금까지 11억원을 쏟아붓고서도 '기형적인' 세 건물만 70% 정도 지은 채 아직도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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