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 당선자 보내는 일산 표정]"힘들때 왔다 잘돼 떠나 기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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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취임을 하루 앞둔 일산 자택은 하루 종일 분주했다.

이희호 (李姬鎬) 여사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윤철구 (尹喆九) 비서관 등 동고동락했던 일산 자택 비서진과 함께 짐꾸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2년여동안 정든 집을 떠나는 아쉬움과 오랜 꿈을 성취한 만족감이 교차한 듯했다” 고 비서진은 李여사의 표정을 전했다.

짐을 싸는 중간 중간엔 친지들이 찾아와 잠시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가장 큰 짐은 역시 金당선자가 애지중지하며 모은 2만여권의 서적들. 무려 5t트럭으로 5대 분량이다.

이 책들은 일단 청와대 영화상영실에 쌓아뒀다가 서재가 완성되는대로 정리할 예정. 또 2층 서재에 걸려있던 이순신장군의 서신 등 金당선자가 소중히 간직해온 서화들도 청와대 입주를 위해 포장됐다.

이삿짐 차량은 이날 오후4시쯤 청와대로 향했다.

95년 12월 일산에 입주할 당시만해도 자택 주변 정발산 기슭은 허허벌판이었지만 어느새 번듯한 주택단지로 변해있다.

1년여동안 이웃에 살았던 韓모씨는 “金총재가 당선된 뒤에도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했던 탓인지 별 어려움이 없었다” 며 축하를 잊지 않았다.

대선이후 자택 앞을 경계했던 李모의경은 “金당선자를 찾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돌아갔다” 며 “여전히 '줄' 을 대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고 했다.

李의경은 “근거리에 있었지만 경호 때문에 정면으로 얼굴을 뵌적이 없다” 며 아쉬워했다.

金당선자도 저녁에 귀가, 자택을 찾은 한화갑 (韓和甲).최재승 (崔在昇) 의원 등 측근들과 담소를 나누며 일산 자택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국민회의 당사도 축제분위기였다.

'정권교체' 를 이제서야 실감한 듯 서로 축하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점심엔 당10역 등 대부분의 당직자가 함께 식사하며 옛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따금 어려웠던 과거를 기억하며 눈물짓기도 했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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