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톱]KBS1 '나의 사랑 나의 가족' 진솔한 얘기로 감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삶의 모습은 비슷비슷하고 또 어찌 보면 참 단순하다.

그래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연보다는 특이한 얘기들이 대중매체의 조명을 받는다.

KBS1이 지난주부터 방영한 '나의 사랑 나의 가족' (사진.매주 화요일 저녁7시35분) 은 그런 점에서 독특하다.

여기에는 그야말로 보통사람들의 사연이 담긴다.

지난 17일에는 신림고에 다니는 송영훈군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개했다.

평범한 고등학생인 송군. 사업을 하다 한번의 좌절을 맛본 뒤 부천의 경인정밀기계 영업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아버지 송준호 (48) 씨. 둘 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균치에 가깝다.

이 프로그램은 먼저 아들과 아버지의 얘기를 드라마로 보여줬다.

어렸을 적 "꼭 반장이 되라" 며 연설훈련을 시키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뒤 의기소침해진 모습, 그 후 다시 취직한 아버지가 술과 담배에 묻혀 살게 된 얘기를 가감 없이 그려준다.

그리고 학교로 아들을 찾아가 편지 낭독하는 것을 녹음했다.

"아빠, 요즘 피곤하시죠. 매일 늦게 들어오시고.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시는 걸 보고 아빠가 정말 힘드시는구나 생각했어요. 아빤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걱정 마시고 힘내세요. 사랑해요. " 녹음기를 들고 아버지의 회사로 가 틀어줬다.

아빠의 눈에 물기가 보였다.

그리곤 스튜디오에 부자를 초청해 못다한 얘기를 나눴다.

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김상근 부주간은 " '대학생 아들과 목욕탕엘 같이 가보는 게 소원' 이라는 어떤 아버지의 말을 듣고 기획하게 됐다" 고 전한다.

이 아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건 가족의 사랑이지만 정작 집안에서의 대화가 부족한 현실. 그래서 이 코너를 가정의 우편함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설명이다.

'나의 사랑…' 은 지난달 28일 설날 특집으로 '파일럿 프로그램' (정규방송으로 채택하기 전 시범적으로 방영하는 프로그램) 을 내보낸 뒤 쏟아진 편지 사연과 전화에 힘을 얻어 편성된 것이다.

재미로만 친다면 훨씬 좋은 재료가 될 듯한 사연들도 많았다.

"일본인 남자친구를 부모님께 허락받고 싶다" 는 여성, "불우했던 시절 친어머니처럼 대해 주셨던 친구 어머님께 고마움을 전하겠다" 는 내용이 날아들었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보다 평범하고, 더욱 가까운 얘기를 전해야한다는 제작진의 판단이었다.

24일엔 어려서 엄마를 여의고 힘겹게 자란 딸에게 아버지가 띄우는 편지를 보낸다.

여기서도 과장을 통한 눈물 짜내기보단 그 동안 묻어두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꺼내는 것에 전념을 다했다는 것이 제작진의 말이다.

강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