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정치검찰' 언제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DJ비자금' 고발사건에 대한 검찰수사 발표는 결국 국민들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지 않았다.

수사결과를 보면 김대중 (金大中) 당선자는 단 한차례도 기업인들로부터 어떤 명목이든지 직접 돈을 받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金당선자는 어떤 형태로든 들어온 돈을 모두 정치활동에 사용해 현재 단 한푼도 계좌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압권은 이른바 '20억+α설' 과 관련해서도 일반인은 물론 야당으로서도 푼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1억원짜리 수표 3장이 당시 노태우 (盧泰愚) 대통령 비자금 계좌에서 사무총장 계좌로 입금됐으나 누가 이 돈을 입금했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수사결과는 검찰이 金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일부러 증거를 조작했거나 깊이 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란 증거가 없고 또 그렇게 단정할 수도 없다.

오히려 수사 관계자들은 "한나라당 고발장에 기재된 7백여개의 계좌를 일일이 추적해 金당선자의 비자금 계좌와 친인척들의 단순한 계좌를 구분해내는 것이 보통작업이 아니었다" 며 수사의 어려움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이번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한 간부는 "경우에 따라서는 金당선자를 기소할 수도 있다는 자세로 철저한 수사를 하고 있다" 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우리 정치현실은 물론 권력과 검찰의 관계로 미뤄 그같은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불신의 가장 큰 이유는 수사유보 결정이 됐던 이 사건에 대해 피고발인이 차기대통령으로 결정된 뒤 검찰이 정식수사에 착수했다는 상황논리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검찰 내부에서조차 "DJ비자금 사건은 대선 다음날부터 성격이 달라지게 됐다" 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金당선자에게는 실정법상 아무런 잘못이 없고 오히려 이를 폭로한 한나라당측의 잘못이 인정된다" 는 취지의 검찰 수사결과가 과연 앞으로 얼마만큼의 설득력을 얻을지 의문시된다.

오히려 지난 선거에서 당락이 뒤바뀌었다면 이번 발표가 과연 지금과 같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 "그렇다" 고 장담할 수 있는 검찰간부들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검찰조사를 거부했던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는 22일 밤 출국하며 "검찰총장이 나보다 더 타고난 정치인인 것같다" 고 꼬집었다.

검찰이 왜 이같은 말을 들어야 했는지 곰곰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상언〈사회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