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전문가들, 음식물쓰레기 '脫水'놓고 찬반양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음식쓰레기의 물기를 완전 제거하는 것이 좋은가,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은가.

음식쓰레기 탈수 (脫水) 문제를 놓고 환경전문가들 사이에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일부 매립장들의 물기 있는 음식 쓰레기의 반입 거부를 이유로 일부 쓰레기수거대행업체들이 탈수안된 음식물쓰레기를 가져가지 않고 있는데다 최근 소형 음식쓰레기 탈수장치가 가정에 널리 보급되는 등 탈수가 권장되는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된다.

충북대 환경공학과 전항배 (田恒培) 교수는 음식쓰레기는 고체성분과 액체성분을 분리해 처리하는 것이 위생과 폐기물관리차원에서 효율적이라는 입장. 따라서 최근 아파트 단지등에서 권장되고 있는 음식쓰레기 탈수는 계속 확대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田교수는 이런 차원에서 최근 버려지는 낡은 세탁기를 활용해 음식쓰레기의 물을 짜내거나 미생물을 활용해 아주 더러운 물을 거르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반면 아주대 환경공학과 정윤진 (鄭潤鎭) 교수는 음식물쓰레기의 탈수가 국가적으로 환경오염처리 비용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탈수과정에서 발생한 고농도의 폐수를 따로 처리하다보면 결국 더 큰 비용이 든다는 주장이다.

한편 환경부는 획일적으로 탈수를 권장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탈수여부를 정해야한다는 입장. 한 관계자는 "음식쓰레기 탈수액이 엉성한 하수관을 통해 흘러나간다면 땅과 하천등을 오염시킬 우려가 큰 건 사실"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물기뺀 음식물은 매립하기보다는 퇴비화하고, 하수종말처리장의 처리능력에 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는 탈수가 좋다는 것. 이처럼 전문가들의 견해가 다양한 데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주부들이 탈수가 환경오염을 줄인다고 인식하고 있어 문제. 주부 송옥희 (宋玉姬.35.대전서구월평동) 씨는 "탈수하면 쓰레기의 무게와 부피를 줄일수 있어 좋은 줄만 알았지, 농도짙은 음식폐수가 흘러가면 처리비용이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결국 하수처리 여건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음식쓰레기를 탈수할 경우 환경보호에 크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종합된 의견. 실제 서울시의 경우 하수관로로 흘러들어간 폐수의 40% 이상이 한강과 토양으로 스며든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정도로 국내 하수관 관리는 낙후된 상태. 그런가 하면 도시에 따라 하수종말처리장의 처리능력이 과포화된 곳도 있는만큼 반강제적인 음식쓰레기 탈수는 재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능하다면 시.군등 지자체별로 음식쓰레기 처분장을 따로 마련해 이 곳에서 물기뺀 쓰레기를 일괄적으로 퇴비화하고 오염수를 집중관리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창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