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도네시아]5. 신발제조업 성공 송창근 사장…이익분배로 불만없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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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일 오후2시30분. 자카르타 서부 도시 당그랑시에서 나이키 신발을 생산하는 KMK사 생산공장. 송창근 (宋昌根.41) 사장이 공장에 들어서자 인도네시아 직원들이 함박웃음으로 그를 맞는다.

사장과 종업원 사이의 거리감은 없는 것 같다.

몇몇 작업반장은 사장 앞으로 다가와 얼싸안기까지 한다.

흡사 친오누이나 친형제같다.

퇴근시간을 조금 넘긴 이날 오후3시15분. 공장 앞에는 65대의 통근버스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아파양 카무 카르기야칸!” (안녕하세요!) “살라마트 다팡!” (환영합니다!) 宋사장이 버스에 오르자 10대 후반의 앳된 여공들도 환하게 마주 웃으며 일제히 인사를 한다.

宋사장이 자카르타 서쪽 크롬족 마을에 사는 한 여공의 집에서 직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퇴근차에 오른 것이다.

직원들은 사장의 버스동승에 벌써 익숙해져 있다.

식사를 할 직원집까지는 한시간 남짓. 버스 안에서 宋사장은 끊임없이 현지어로 재담을 해 직원들을 웃겼다.

스스럼없는 질문이 이어졌고 진솔한 宋사장의 답변에 가끔씩 폭소도 터져나왔다.

직원집에 도착한 宋사장은 야자수나무와 인도네시아 전통 나무가옥으로 이뤄진 이 마을에서 직원들과 어울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오후6시쯤 직원들과 마을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며 귀가길에 올랐다.

“지난 94년 회사에서 노동쟁의를 겪은 이후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宋사장은 이 때부터 직원들과 같이 호흡하기 위해 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결론은 직원들이 가족같고 거리감없는 사장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부터 그는 2개월마다 전직원과 솔직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고 6개월마다 전직원 가족잔치를 열었다.

음악을 통한 직원화합을 위해 직원밴드를 조직해 매일 점심때마다 공연도 열었고 여직원용 미용실을 마련하는 세심한 배려도 했다.

최근에는 직원들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 6억루피아 (약 1억2천만원) 의 긴급 직원지원 기금을 마련, 장기 무이자대출까지 실시하고 있다.

“신발공장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직원들은 회사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이들이 돌아서면 저는 망할 수밖에 없죠. 모든 이익을 직원과 함께 나누고, 그들을 한가족처럼 느낀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인도네시아에 밀어닥친 환란 (換亂) 과 소요로 자신의 공장에 근무하는 6천5백여명 인도네시아인 직원들이 곧바로 시위대로 돌변할지 모르는데도 그는 이처럼 느긋하다.

이익의 상당부분을 직원들에게 환원시키고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경영방침 덕분이다.

그는 “소요나 노사쟁의는 걱정 안합니다.

우리 직원들은 식구나 같아요. 저는 이들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고 그들도 저를 좋아합니다” 며 활짝 웃었다.

88년 단돈 3백달러를 들고 자카르타로 날아와 연수출액 1억달러, 자본금 1천만달러의 대기업을 일군 그다.

그가 일군 기업은 3만5천평 규모의 나이키 신발 생산공장 2개외에도 신발깔창을 만드는 라텍스공장 등 모두 4개. 부동산이나 생산설비까지 합치면 자산은 자본금 규모를 몇배나 웃돈다.

인도네시아(당그랑)=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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