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휴게음식점 술판매 끝없는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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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창원시내 주택가에서 휴게음식점 허가를 받고 일반음식점처럼 영업 중인 식당들. 김상진 기자

"회는 팔면서 술은 못 팔도록 하는게 말이 됩니까."

경남 창원시가 휴게음식점의 술 판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업주들이 어쩡쩡한 행정 조치가 원인을 제공했다며 법적대응에 나섰다.

휴게음식점 업주 8명은 최근 창원시를 상대로 1억원씩 배상해 달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창원지법에 냈다. 업주들은 소장에서 "2002년 4월 창원시가 도로변 등 일부 주거지역에 일반음식점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공문으로 알려줘 개업을 했기 때문에 시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원시는 주거지역 일반음식점 허용안을 도시계획에 반영했으나 경남도 심의과정에서 바뀌어 현행법에 따라 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간판은 횟집.갈비집=창원시 상남동 K횟집 주인 강모(41)씨가 2001년 11월 창원시로부터 받은 영업신고증에는 영업종류가 휴게음식점으로 돼있다. 강씨는 "당초 횟집을 휴게음식점으로 허가를 내 준 창원시의 편법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창원시내에는 횟집.갈비집 등 356곳이 주거지역내 휴게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이다. 다른 도시에서는 일반음식점 허가가 나는 식당들이다.

시가 문제의 휴게음식점 허가를 내준 시기는 2000년 6월부터 2002년 6월까지 약2년간이다. 주거지역내 근린생활시설 허용문제로 시와 의회가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새 도시계획이 확정되지 않던 공백기였다. 시 의회가 들끓는 민원을 수용해 주거지역내 근린생활시설을 허용하는 건축조례를 의장직권으로 공포하자 시는 이를 막기 위해 건축조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기각당했을 때였다.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령에는 휴게음식점을 '음주행위가 허용되지 않는 다(茶)류와 과자점 형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창원시휴게음식점연합회 조삼제 부회장은 "보건복지부가 현행 식품위생법이 사회적 여건을 반영 못하고 있음을 알고 업종별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창원시는 단속만 할것이 아니라 식품위생법이 개정될 때까지 단속을 유보하고 5년 주기의 도시계획 정비때 우리의 어려움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가게 안팔려=창원시 사파동 B갈비집 이모(46)씨는 요즘 식당을 팔려고 내놨으나 거들떠 보는 사람이 없어 애태우고 있다. 2000년 6월 주택 지하 30평을 5000만원을 들여 식당으로 꾸며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을 주고 개업했다.

그동안 무허가 업소로 4차례 적발돼 1000여만원의 벌금을 낸 그는 "더 이상 가슴 졸이며 장사를 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창원시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매물로 나와 있는 휴게음식점들이 많다. 벌금.과태료에 시달리고 전과자가 늘면서 영업을 포기하는 업주가 늘고있다. 단속에 항의하다 공무집행방해로 고발당해 실형을 선고받은 업주도 있다.

도춘석 변호사는 "시가 행정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를 키운 것이므로 무리한 단속을 자제해야 한다"며 "임대기간만이라도 영업을 허용해 투자금을 회수한 뒤 철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휴게음식점 허가를 내줄 때 술을 팔 수 없다는 허가조건을 알렸고 업주들은 이를 수용해 놓고 반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단속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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