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판사 금품수수 유형…전세금 명목 빌리거나 회식비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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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법원이 20일 발표한 의정부지원 판사 비리 의혹 조사 결과는 비록 법원의 자체조사란 점에도 불구하고 법조 비리의 실상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수사권이 있는 검찰과는 달리 조사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추가조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의정부지원 전체 판사 (38명) 중 약 25%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대법원이 발표한 판사들의 금품수수 유형은 대체로 3가지로 집약됐다.

◇ 금전 차용 = 徐모판사는 의정부지원 근무중인 96년10월 전세자금명목으로 이순호 (李順浩.구속) 변호사로부터 1천7백만원을 무이자로 빌렸고 서울지법 북부지원으로 옮긴 97년 8월에도 은행대출금 상환명목으로 徐모 변호사로부터 5백만원을 무이자로 빌렸다. 徐판사는 해당금액을 각각 3~4개월후 갚았다고 주장했다.

96년 8월 20일 의정부지원 판사를 그만둔 金모 변호사는 퇴직 직전인 8월9일 개업자금용으로 이순호 (李順浩) 변호사로부터 1억원을 무이자로 빌렸다.

金변호사는 같은해 9월 7천만원, 12월에 3천만원을 갚았다고 주장했다.

97년 2월18일 의정부지원에서 퇴직한 粱모 변호사 역시 97년3월 변호사 개업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徐모 변호사등 2명으로부터 5천만원을 빌렸으며 한달만에 이자를 포함, 모두 변제했다고 해명했다.

◇ 실비 (室費).떡값 수수 = 판사 8명이 96년3월부터 97년9월까지 이순호변호사등 6~7명의 변호사로부터 수회에 걸쳐 직접 또는 무통장 입금을 통해 명절 떡값등 명목으로 10만~50만원씩 받았다.

판사 1인당으로 보면 40만~3백만원 정도지만 떡값 명목으로 변호사들로부터 돈을 받은 관행이 있었음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들 판사중 일부는 시.군법원에 파견됐을 당시 "직원들 회식비가 필요하다" 며 변호사들로부터 정기적으로 돈을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 송금 부탁 = 金모 판사는 뇌종양을 앓고 있는 고교동문 치료비를 모금하는 과정에서 이순호변호사의 송금부탁으로 1백만원 수표를 전달받은 뒤 자신이 따로 모금한 1백만원을 합쳐 2백만원을 송금했다고 대법원 조사에서 진술했다.

金판사는 그러나 떡값 수수 비리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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