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향후 투쟁에 큰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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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기도 공공기관 노사정 대타협 선언에 참여한 민주노총 소속 노조 9곳 중에는 강성으로 알려진 보건의료노조 소속 병원 지부가 6군데 포함돼 있다. 경기도립의료원 소속 수원·의정부·파주·이천·안성·포천 병원이다. 여기에다 공공서비스노조 중소기업지원센터 지부, 전국문화예술노조 경기도립예술단 문화의 전당 지회와 극단 지회가 동참했다. 경기도청 이재율 기획조정실장은 “9개 노조는 엄청난 강성”이라며 “대타협 선언 하루 전인 12일까지 민주노총에서 산하 노조의 참여를 강하게 막아 진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산하 10개 노조가 13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선언을 했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中)와 경기도립의료원 산하 병원 노조 지부장들이 선언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수원=뉴시스]

민주노총은 금융 위기 이후 산하 노조들에 ‘사회적 대화나 노사화합 선언에는 참여하지 말라’는 지침을 수차례 보냈다. 올해 2월 한국노총이 참여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대타협’에 대해 민주노총은 “경제계와 한국노총의 야합에 불과하다”며 비난했다.

강성 노조 9곳이 상급단체의 지침을 어김으로써 민주노총은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 울산NCC·영진약품 등 민주노총 산하 일부 기업 노조가 노사 화합 선언을 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차원이 다르다.

보건의료노조 박영태 파주병원 지부장은 “지역 주민의 건강을 책임질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경기도가 100% 출자한 병원의 특성상 실질적으로 주민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경기도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단국대·인천지하철·인천공항 노조 등 10개 이상의 노조들이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민주노총의 정치성, 강경 투쟁, 성폭력 사건 등에 염증을 느껴서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지난달 말 기자 간담회에서 “현장(일선 사업장 노조)이 이성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현실이 이번에는 노사정 대타협으로 표출된 것이다.

민주노총은 당혹스러워했다. 이승철 대변인은 “이런 일은 처음이다. (대타협에 참여한)노조의 얘기를 들어봐야겠지만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에 투쟁으로 맞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노조가 대오에서 이탈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인천대 이인재(경제학) 교수는 “ 민주노총의 지배력이 큰 손상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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