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 사망 1주기 강택민 홀로서기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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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국의 '작은 거인 (巨人)'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가 남겨놓은 그림자는 깊고 넓었다.

덩샤오핑 (鄧小平) 사망 1주년인 19일 鄧의 모습이 새겨진 기념우표가 발행되고 鄧의 일대기를 다룬 대형 기록영화 '펑베이 (豊碑)' 가 전국에서 동시 상영되며 鄧의 업적과 생애를 다룬 대형 특집들이 연일 중국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 鄧이 시작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 걸쳐 진행되는 변화는 요란한 소리는 나지 않지만 강도 (强度) 와 속도면에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5차 당대회에선 장쩌민 (江澤民) 주석 등 현 지도부가 헌법과도 같은 당장 (黨章) 을 고쳐 鄧이 제창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이론' 을 지도이념으로 명기했다.

또 江주석이 주도하는 대대적인 지도부 개편도 마무리돼 가고 있다.

江주석은 15차 당대회에서 최대 정적 (政敵) 이었던 권력서열 3위의 차오스 (喬石) 전인대상무위원장을 제거했다.

동시에 정치국상무위원을 비롯, 정치국원.중앙위원을 자신의 세력을 중심으로 물갈이했다.

다음달 5일 개막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全人大)에선 대폭적인 국무원 조직개편과 함께 절반이상의 각료교체가 뒤따른다.

鄧이 설계했던 지도부가 江주석 중심의 지도부로 전면 개편되면서 장쩌민시대가 본격 개막되는 것이다.

경제분야의 개혁은 더 급진적이다.

江주석은 15차 당대회에서 비 (非) 공유제를 인정한 소유제 개혁을 단행했다.

경제발전의 핵심인 국유기업개혁의 최대 걸림돌이면서도 이데올로기적 이유로 금기시돼 온 소유제 개혁을 통해 국유기업개혁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생각이다.

92년 14차 당대회에서 鄧이 자본주의 = 시장경제, 사회주의 = 계획경제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사회주의에 시장경제를 도입한 것처럼 江주석은 자본주의 = 사유제, 사회주의 = 공유제라는 등식을 과감히 허문 것이다.

이로인해 중국내 국유기업들은 인수.합병은 물론 유휴인력 정리, 경영구조 개선, 주식제 전환, 사원주주제 도입 등 처절한 몸부림으로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江주석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우선 90년대 들어 고도성장을 거듭해온 경제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江주석은 지난해처럼 저물가 고성장이라는 "안정속의 성장" (穩中求進) 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시아 경제위기 등 무역환경 악화와 외국투자가 감소하는 현 상황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2년내 국유기업 개혁의 성공적 완수" 도 江주석 중심의 지도체제 유지의 관건적 사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유기업개혁 과정에서 쏟아져 나올 1천만명의 대규모 실업문제 해결이 난제 (難題) 중 난제이기 때문이다.

鄧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다음달 전인대를 통해 자신의 체제를 확립시키려는 江주석. 한 시대를 풍미한 불세출의 작은 거인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시대적 명제 앞에 그는 깊은 사색에 빠져있다.

베이징 = 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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