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온정 넘치는 '참새 방앗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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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보행기 나오면 꼭 연락주세요."

"그럼, 다 적어놨지. 이제 며칠 안 남았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무악동 아름다운 가게 독립문점. 해산일이 눈앞인 '꽃순이'엄마와 매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주부 활동천사 강성래(45)씨의 대화가 정겹다. 이들은 매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무악 현대아파트(1550가구) 주민들. 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가게는 '참새 방앗간'이다. 출퇴근길이나 장보러 나갈 땐 거의 어김없이 들러 싸고 좋은 물건을 찾는다. 27명의 활동천사 중 5명이 이 아파트 주민이다. 1년 넘은 봉사자도 10명으로 다른 매장보다 많다.

'우리동네 소식통'이라는 팻말 밑에 "유아용 볼텐트 부탁드립니다. 018-744-xxxx" 등 메모 30여장이 빼곡히 붙어 있는 코르크 보드는 매장과 주민의 돈독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매장 매니저 이동영(33.여)씨는 "전국 25개 매장 중 매장에서 기증받는 물량이 5위 안에 들 정도로 주민들의 협조가 활발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4월 독립문점이 문을 열 때부터 봉사활동을 해온 강씨는 올 들어 배순옥(47) 부녀회장을 찾아가 아파트 차원의 동참을 제의했고 배 회장도 흔쾌히 동의했다.

"안 쓰는 것 나누자는데 힘들 것도 없잖아요. 지난 4월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안 쓰는 물건을 가지고와 가게에 기증하는 '아름다운 하루'행사를 했는데 물건이 3000점 이상 걷혔고 판매수익도 120만원이 넘었지요."

주민과 매장의 이런 활발한 교류야말로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가게'가 무악 현대아파트를 7월 7일 아름다운 아파트 제7호점으로 선정하게 된 이유다.

7일 오전 11시 단지 내 노인정에서 진행된 아름다운 아파트 현판식에는 아름다운 아파트 3호점에 선정된 월계 현대아파트 박정열 동대표 회장 등 네명도 참석, '선배의 정'을 보였다.

아름다운 가게 이강백 사무처장은 "지역주민이 가까운 매장을 자주 찾아 물건을 기증하고 구입하며 또 봉사활동도 하는 첫 사례"라며 "이웃과 단절된 아파트라는 좁은 공간을 벗어나 가게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모습이 널리 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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