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구조조정해낸 '지멘스 칼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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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멘스가 40대 회장을 전격 발탁한 데 대해 현지 여론은 다소 놀란 기색이다.

12년간 장기 집권한 하인리히 폰 피러 회장은 9월 끝나는 임기를 한번 더 연장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근래 주당 40시간 연장 근무제를 다시 도입하고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문제를 둘러싸고 노조와 잡음을 빚은 것을 제외하면 이 거대 기업을 무난히 이끌어왔다고 평가받던 터였다.

하지만 한델스블라트 같은 현지 언론들은 "본격 세대교체가 시작됐다"고 평하면서 클라인펠트 내정자의 경력상 이번 발탁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클라인펠트는 스위스 제약업체 시바가이기에 몸담았다가 1987년 지멘스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결정적으로 성가를 날린 것은 2001년 미국 법인 대표로 발탁된 이후다. 연간 6억400만유로의 영업적자를 낸 미국 내 사업체를 2년 만에 8억2300만유로의 흑자로 돌려놓는 경영 수완을 보인 것.

'무자비하다'는 원성을 들을 만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한 뒤 '지멘스 원(지멘스는 모두 하나)'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사업부문별 협력체제를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지난해 11월에 마침내 그룹 핵심경영진에 합류해 주력사업인 정보통신 부문을 이끌어왔다.

컨설팅 업체 베어 스톤의 악셀 푼호프 연구원은 그에 관해 "기술과 경영을 두루 아는 데다 국제 감각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경영학 박사인 클라인펠트 회장 내정자는 경영 컨설턴트 생활도 해봤다. 취미는 마라톤.

지멘스는 의료기기.통신.발전설비.철도차량 등 여러 업종에서 지난해 742억유로(약 10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193개국 사업장에서 41만7000여명의 임직원이 일한다. 새 회장은 내년 1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된다. 지금 회장은 경영 2선으로 물러나 경영감독위원회 의장 자리를 맡는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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