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태학 100년'펴낸 김준호 서울대 명예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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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후배들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우리의 생태학 연구 수준은 외국에 비해 낮습니다.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냈습니다."

최근 '한국 생태학 100년'(서울대 출판부)이라는 책을 내놓은 김준호(75)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마련한 연구실에서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면서 20세기 국내 생태학 관련 논문 3100편을 시대별.분야별로 분석, 책으로 펴냈다.

우선 1945년까지의 식민지 시대에 발표된 논문은 246편으로 논문 저자의 84.2%는 일본인이었고, 한국인은 9.4%였다. 46년부터 한국생태학회가 창립된 76년까지의 '준비기'동안 발표된 논문은 226편에 불과했다. 따라서 77~2000년의 '성장기'에 발표된 논문 2628편이 100년간 발표된 논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분류카드를 작성하고 글로 정리하는 데 꼬박 4년이 걸렸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통계숫자만 나열한 것이 아니다. 육상생태학.수서생태학 등 분야별 연구 성과를 꼼꼼하게 정리했고, 세계적인 생태학의 흐름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육상 식물생태학이나 오염 생태학은 연구가 많이 이뤄졌지만 분자생태학 분야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그는 200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생태학대회에서 일부 내용을 발표,각국의 참석자들로부터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 연구.분석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산성비.지구온난화 문제에 관한 책을 쓸 계획"이라며 최근의 환경문제와 관련해 "도가(道家)나 불교 등 사람과 자연이 대등한 관계라고 생각해온 우리의 전통 환경윤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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