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구조, 초점은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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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6개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안이 비상경제대책위에 제출됐다.

소유주 회장이 실제로 경영책임을 맡도록 주력기업의 대표가 되고 비서실이나 기획실을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는 이번 조치가 한국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획기적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자 한다.

정부나 IMF,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대기업그룹이 이번 경제위기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한국의 대기업은 능력 이상으로 과다하게 차입하고 수익성을 무시한 채 방만하게 과다한 투자를 해 왔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IMF가 합의한 이행조건이 투명한 경영을 위한 재무제표의 작성과 상호지급보증 축소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방법이다.

여기에 두가지 선택이 있다.

하나는 개혁을 앞세워 정부가 지시하는 방법이다.

금방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고 국민 인기도 끌 수 있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경영효율성을 유도하고 국제기준에 맞는 회계장부를 만드는 것이 기업 스스로에 유리하도록 인센티브구조를 바꾸고 이를 법제도로 정착시키는 방법이다.

시간은 다소 더 걸리고 개혁이라기보다는 개선에 가까운 방법이다.

국민에게 무엇을 하고 있다고 생색내기에는 부족하지만 일단 자리를 잡으면 훨씬 강력한 효과가 있다.

따라서 신정부는 역대 정부가 그래왔듯이 보기에 좋은 첫번째 방법을 선택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이 왜 필요한지를 잊어서는 안된다.

기업을 벌주고 비난하는 것으로 대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커지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구조조정은 기업 스스로가 가벼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 전세계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도록 동참시키는 방안이다.

그리고 기업도 이젠 새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서, 또는 하라니까 마지 못해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경쟁력강화에 초점을 둔 구조조정을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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