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유치 잇단 차질 … 여수박람회 준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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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로 개막을 꼭 3년 앞둔 여수세계박람회(박람회)에 비상이 걸렸다. 민자를 끌어들이려는 핵심 사업이 가장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박람회조직위는 엑스포타운(1250가구)·아쿠아리움(수조 7000㎥)·호텔형 콘도(200실)·공연장 등에 모두 7107억원의 민자를 유치해 건설할 계획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남 여수시 구도심(오른쪽)과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를 잇는 가칭 ‘돌산 제2대교’ 건설 현장. 현재 41.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국내외 박람회 참가자들의 거주 공간으로 사용될 엑스포타운 사업자는 대한주택공사로 선정된 상태다. 하지만 여수엑스포의 랜드 마크로 추진 중인 아쿠아리움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컨소시엄은 단 한 곳뿐이었다. 이마저도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민간 투자 비율을 낮춰 달라고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 호텔·놀이시설도 사업제안서 제출 마감이 끝났지만 지원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350억원 규모의 공연장, 173억원 규모의 기업관은 내년에 민자를 유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여수시 오동도 인근 야산에서 바라본 세계박람회장 예정지인 신항 일대. 개막이 3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프리랜서 오종찬]

저조한 민자 유치 실적에는 경제위기의 탓도 있지만 박람회 이후의 수익성이 불투명한 것이 더 큰 이유다. 업계에선 박람회 행사에만 초점을 맞춰 투자했다간 ‘제2의 대전엑스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993년 열린 대전엑스포의 경우, 행사 후 각종 시설물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매년 적자를 냈다. 대전엑스포공원은 지난해 4월 정부로부터 청산 명령을 받았다. 여수박람회에 투자를 검토한 한 기업 관계자는 “시설을 짓고 싶어도 박람회 이후 활용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박람회가 끝나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주요 시설의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아쿠아리움은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텔도 나서는 사업자가 없으면 엑스포타운이나 크루즈를 대신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예산으로 아쿠아리움을 지으면 당초 계획했던 1만8000㎡(건축 연면적) 규모에서 축소될 수밖에 없고, 호텔도 사실상 들어설 가능성이 적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조직위 문해남 기획본부장은 “아쿠아리움 등 주요 민자 유치 사업에 대해 사업자에게 최소 운영 수익을 보장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생각”이라며 “그래도 민자 유치가 힘들 경우엔 정부 재정을 투입해 박람회 행사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직위 구성도 문제로 거론된다. 지난해 4월 조직위 출범과 동시에 임명된 장승우 위원장이 지난달 1일 건강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 이후 공석으로 남아 있다. 여수 지역에선 이른 시일 안에 위원장이 새롭게 선임돼 위원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수시의 재정난도 고민거리다. 대규모 국제 행사가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열리다 보니 시내 인프라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시내의 교통 기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자체 재정으로 시내 교통망을 정비하긴 힘들다”고 털어놨다.

 김경진 기자 ,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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