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머독의 국내 위성방송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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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 미디어업계 황제 루퍼드 머독이 국내 위성방송시장에 진출한다.

데이콤과 합작으로 디지털위성방송사를 설립해 내년 3월부터 시험방송을 하기로 합의했다.

한국방송사상 처음 외국자본이 참여하는 새로운 방송환경이 시작되면서 국내 방송계는 무한경쟁 시대로 들어가게 됐다.

경제위기상황에서 세계굴지의 미디어업계가 참여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합작사 자본금이 1천억원 규모이고 15%의 자본참여라면 1백50억원 상당의 외화가 유입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둔다.

차기대통령도 외국자본 참여에 걸림돌이 될 법적 장치를 걷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방송환경은 정보화.위성방송시대로 접어들면서 국제화 물결을 탄지 오래다.

외국방송의 국내유입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외국자본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우리 스스로 문화의 발신자가 된다는 긍정적 요인을 강화할 때다.

머독회장이 밝혔듯, 합작방송사가 국내 케이블TV로부터 프로그램을 공급받는다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질적 성장을 이루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외국자본 진출에 따른 방송의 무한경쟁 시대에서 국내 방송계가 어떻게 대처하고 관련법은 어떻게 보완.수정해야 하느냐다.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TV 모두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80개 채널을 소유한 거대 미디어가 등장할 경우 방송계 또한 철저한 구조조정과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한국통신이 쏘아올린 두개의 위성방송이 하루 1억원 가까이 들면서 3년째 헛돌고 있다.

관련법이 없으니 방송을 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통합방송법이 통과돼야 새로운 방송환경을 맞을 수 있다고 본란은 수차례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회의와 방송 노조의 극렬한 반대로 국회 상정도 못한 채 지금껏 사문화돼 있다.

방송위원회의 인적 구성.대기업 참여.보도기능 등의 문제로 지금껏 미뤄진 것이다.

작은 문제에 연연해 국내 위성방송을 가로막다 이제 외국위성 방송에 문을 열게 됐으니 새 집권당은 설명이 궁하게 됐다.

머독의 국내 진출에 앞서 통합방송법의 국회통과가 우선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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