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판금된 日 ‘강간게임’ 한국서 유통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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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줄거리가 온통 강간 얘기여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일본의 패륜 게임이 인터넷을 통해 국내에 불법으로 유입돼 충격을 주고 있다.

2006년 일본의 소프트에서 출시한 이 게임은 한 변태 남성이 여학생과 여학생의 어머니를 강간하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은 임신과 낙태로 끝나는 등 청소년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기도 하다. 이 게임은 당초 일본에서만 출시됐으나 전세계 네티즌의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면서 각국 언어로 해석ㆍ더빙된 내용의 게임 패치가 각종 포털ㆍ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권단체들의 항의ㆍ압박에 미ㆍ영ㆍ일 ‘아마존’ 판매 금지 결정

최근 국제 여성인권단체 ‘이퀄러티 나우’(Equality Now)는 홈페이지에서 이 게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변태적 내용으로 성폭력을 조장하는 해당 게임에 대해 판매 중지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미국ㆍ영국의 인터넷 쇼핑 사이트 ‘아마존’에서는 판매가 금지됐다.

영국 의회는 이 게임이 적잖은 파장을 몰고오면서 해당 게임의 시중 유통을 금하는 동의안을 채택했지만 “강간 게임을 금지한다면, 살인ㆍ전쟁을 다룬 게임은 문제가 없느냐”는 반대 여론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퀄러티 나우’는 최근 성명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성명서는 “일본 아마존도 판매를 금지한 상태이지만 비슷한 성격의 게임들은 여전히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폭력적 내용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일본 게임업계에 대한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또 160개 ‘이퀄러티 나우’ 회원국의 3만여 회원에게 게임 제작사와 유통사에 직접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일본 정치권에 집중 항의를 보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은 제재 전무, 당국의 조치 시급.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변태 게임에 대한 세계적인 압박 수위가 높아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 게임에 대한 특별한 제재 조치가 전무하다. 어린 학생들도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입수가 가능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는 해당 게임에 대한 공략집, 노모자이크 패치, 한글 패치 등이 관련 검색어로 상위권에 오르내리고 있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미소녀 게임’이라는 장르로 통칭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여학생 캐릭터 게임을 즐기는 팬층을 중심으로 별다른 제재없이 게임 내용ㆍ스크린 샷 등 정보가 공공연히 공유되고 있다.

게다가 이 게임에 대한 전세계적 논란에 대해 한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이머들의 반응도 충격적이다. 한 네티즌은 “‘미소녀 게임’이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 게임만 금지해서 될 것도 아닌데 요란스럽다”며 성인 게임 유통과정의 제재가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따라서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해당 게임 말고도 선정성ㆍ폭력성을 지닌 게임물의 유통망 전반에 대한 관계당국의 법률적 조치가 시급하다.

소프트는 ‘미소녀 게임’ 장르의 타이틀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소프트 제작사다. 이 회사는 해당 게임에 대한 전세계적 압박과 논란에 대해 “제작업자들로 구성된 국내 자체 심의기관을 통과한 일본 내 판매용 소프트”라고 해명했으나 불법적인 전세계 유통망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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