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당겨 등장한 삼성 승용차…자동차산업 지각변동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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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삼성자동차가 11일 첫 차를 공개함에따라 국내 자동차 산업은 또하나의 전기를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대우의 양자 경쟁이 불붙고있고 기아의 미래는 불투명한 가운데 삼성이 사업을 조기에 본격화함으로서 향후 시장판도의 변화가 주목되기 때문이다.

사실 당초 내달말께로 예정돼있던 삼성의 신차출시를 놓고 자동차업계에서는 사업계속추진 여부에 대해 그동안 추측이 분분했다.

하지만 삼성은 신차 양산을 올해초로 앞당겨 시작한데다 영업망 정비도 차질없이 진행되고있다는 점을 들어 이같은 루머를 일축해왔다.

임경춘 (林慶春) 회장이 이날 "부산 신호공단의 지반이 내려앉고 있고 신차를 못만들 것이라는 등의 루머를 불식시키기위해서 공개시기를 앞당겼다" 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측은 무엇보다 95년 사업시작 3년만에 첫 차 출시에 성공한 것이 유례없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시장은 내수판매가 60~70% 격감하는등 삼성의 시장진입은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위축된 시장에 삼성까지 가세함으로서 업체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여기에 세계적 메이커들의 한국 진출도 국내자동차산업의 큰 규모의 '지각 (地殼) 변동' 을 예고해주고있다.

우선 대우와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 (GM) 의 협상은 여타 업체들이 손을 잡는데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있다.

물론 현대는 국내외 업체와의 제휴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않고있다.

그러나 삼성이 첫 차 공개와 동시에 외국업체와 지분참여를 통한 합작등 다양한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공개함으로서 업체들간의 합종연형 (合縱連衡) 은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조만간 법정관리에 들어갈 기아 ▶기아의 최대주주이자 GM의 활동에 긴장하고있는 미국 포드 ▶신진업체인 삼성등 3자의 행보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관측이다.

이들의 제휴 방식에따라 국내 업계는 ▶현대.대우.기아.삼성의 4자 구도 또는 ▶현대.대우.삼성의 3자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에측되고있다.

GM, 포드등 외국업체들의 가세가 확정되면 자동차는 국내산업의 '글로벌 제휴' 에 대표 모델로 등장할수 있다.

특히 자동차업계 재편은 아직 불확실성이 적지않게 깔려있긴해도 신정부의 재계 구조조정 추진의 핵심분야이기 때문에 조만간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수·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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