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들어가는 쪽이 나오는 길보다 휘발유값 평균 90원 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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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호 06면

자유로에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로 진입하는 장항 인터체인지(IC) 일대. 호수교까지 1㎞ 남짓 도로 양쪽에는 주유소 8곳이 몰려 있다. 서울 가는 길(출근 방향)에 3곳, 반대쪽 일산신도시 가는 길(퇴근 방향)에 5곳이다. SK 3곳, GS 3곳, 현대와 에쓰오일이 각각 한 곳이다. 일산 방향으로 SK주유소 한 곳이 더 있었으나 지난 2월부터 충전소로 바꾸는 공사 중이다. 주유소협회 정상필 기획팀장은 “장항IC 일대가 전국에서 주유소가 가장 밀집해 기름 판매량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라고 말했다.

1㎞ 도로에 주유소 8개 몰린 장항IC 일대

이곳에 주유소 벨트가 형성된 것은 정부의 신도시 계획에 따라 신도시 외곽 도로 안쪽으로는 위험시설 설치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최근 자영 주유소들이 신도시 내 농협 하나로마트 주유소 설치를 특혜라며 반발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게다가 이곳은 서울~신도시를 잇는 최단 코스여서 차량 통행이 많다. 짧은 1㎞ 구간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흥미로운 현상도 볼 수 있다.

일산 외곽도로 안쪽엔 주유소 없어
가장 눈에 띄는 게 출근 방향의 기름값이 반대쪽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오전 기준 기름값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 방향 마지막 주유소(현대)다. 가장 싼 곳은 반대쪽 일산 방향 마지막 주유소(SK)였다. 가격 차는 L당 휘발유가 178원, 경유가 157원이었다. 평균 가격으로 봐도 서울 방향은 휘발유 1678원, 경유 1473원이고 일산 방향은 1588원, 1385.4원이다. 서울 방향 주유소가 각각 90원, 87.6원 더 받는 것이다. 주유소 관계자는 “서울 방향은 주유소가 두 개 적어 경쟁이 덜하고, 출근 방향이라 운전자가 바쁘다는 이유로 비싼 가격을 감수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 초행길이라면 고속도로(자유로) 진입 전이라서 가격을 따지고 않고 기름탱크를 채운다는 것이다. ‘안심’을 얻기 위해 비용을 기꺼이 치른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 방향 주유소가 가장 분주할 때는 외지인들이 일산에 들렀다 귀가하는 주말이다. 현대주유소 관계자는 “월요일 오전 출근 때보다 더 바쁜 시간대가 토요일 오후”라고 말했다. 반대로 퇴근할 때는 일산 방향 주유소에서 여유롭게 기름을 넣는 운전자가 많아진다. 이들은 싼값과 서비스를 찾아 움직인다. 주유소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가격은 떨어지고 서비스는 좋아지게 마련이다.

장항처럼 IC나 톨게이트 진입 쪽 주유소가 출차 쪽 주유소보다 기름을 비싸게 파는 게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정 팀장은 “고속도로 진입 전에 기름을 충분히 채우려는 운전사가 많아 주유소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춰 이들을 유치하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출근길 마지막 주유소는 ‘프리미엄’ 높아
IC나 톨게이트와 가까운 주유소는 입지상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전자들이 대체로 진입 전 ‘마지막 주유소’와 출차 후 ‘첫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때문이다. 현대 주유소가 가장 비싼 것도 바로 서울 방향 ‘마지막’ 주유소라는 프리미엄이 붙었기 때문이다. 두 개의 주유소를 지나친 운전자에게 마지막 주유소는 독점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일산 방향 첫 주유소(GS)는 이런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파주 쪽에서 들어오는 직진 차량은 차선을 바꿔 주유소 진입하기가 어렵고, 서울서 들어오는 차량은 운전자가 지나치기 쉬워 입지상 다소 불리하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유소도 있다. 현대주유소는 평일 오전 6~10시 출근 시간대에 아침식사용으로 5000원 상당의 원두커피·햄버거를 제공한다. 관계자는 “처음에는 직접 구운 토스트를 제공하다가 브랜드 있는 햄버거로 바꿨다”며 “아침식사 서비스 때문에 주유하는 고객도 적지 않으나 오전 장사만으로는 적자”라고 주장했다. 가장 흔한 서비스는 ‘5만원 이상 주유 시 무료 세차’와 ‘사은품 제공’이다.

8곳 중 유일하게 세차장이 없고, IC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은 SK호수공원주유소다. 이 주유소의 무기는 ‘최저가’다. 이 주유소는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1990년대 중반 영화를 누렸다. 더 나은 입지와 세차장을 갖춘 주유소가 등장한 지금은 가격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산 방향 주유소 중 세 번째(GS)와 네 번째(SK) 주유소는 반대로 ‘고가’ 정책을 펴고 있다. 둘 다 직영점이다. 주변 주유소 관계자는 “직영점들이 고품질을 유지한다고 하지만 불경기여서 경쟁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일대의 기름값은 다른 곳보다 비싼 편이다. 외곽으로 조금만 빠져나가도 L당 최고 100~200원 싼 곳이 있다. 주유소가 몰려있는데도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 팀장은 “IC 진·출입이 이뤄지는 특화지역이어서 소비자들이 가격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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