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아찔한 3초의 예술, 절벽다이빙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3호 18면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탈옥과 더 외진 곳으로의 투옥이 거듭되는 동안 노인이 되어버린 빠삐용은 사나운 파도가 으르렁대는 절벽 아래로 몸을 날린다. 코코넛 껍질을 엮어 만든 뗏목을 타고 드넓은 바다로 나가며 그는 외친다. “이놈들아, 난 이렇게 살아 있다!” 포기를 모르는 한 인간의 자유의지에 관객들은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2009년 월드 시리즈 프랑스 라로셸서 개막

외딴 섬에 갇힌 것도 아니면서 절벽 아래로 몸을 날리는 사람들이 있다. ‘레드 불 클립 다이빙 월드 시리즈 2009’가 프랑스 항구도시 라로셸에서 8일(현지시간) 막을 올렸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음료수 제조업체 레드 불(Red Bull)이 후원하는 이 대회는 세계 유수의 다이빙 명소를 찾아 매년 열리고 있다. 세계 정상급 클리프 다이빙 선수는 30~40명 정도. 올해는 성적과 국적을 고려해 12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다이빙대의 높이는 27.5m. 선수들은 공중으로 몸을 날린 뒤 시속 100㎞의 속도로 자유낙하하며 공중회전과 비틀기의 연기를 한 뒤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허공에 머무는 시간은 단 3초. 짜릿한 순간이 지나면 보트를 타고 있던 심판들이 점수판을 든다. 모두 다섯 명의 심판은 도약·공중연기·입수 각도를 평가해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최종 점수는 합산 점수에 난이도를 참작해 결정하며 모두 8라운드의 경기를 합해 챔피언을 결정한다.

대회는 이름에 걸맞게 해안의 깎아지른 절벽이나 높다란 폭포에서 주로 열려 왔지만 올해는 중세 항구도시의 입구를 지키는 요새에서 열렸다. 선수들은 어부와 뱃사람의 수호 성인인 ‘세인트 니콜라스’를 기리는 탑에서 바다로 뛰어내린다. 큰 사진의 선수는 프랑스의 하산 무티. 1라운드 1위는 우크라이나의 안드레이 이그나텐코가 차지했다.

글 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사진 AP=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