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칵테일]올림픽 5관왕도 사랑엔 보통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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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복서의 아내는 남편의 경기를 잘 보지 못한다.

입시를 앞둔 부모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당사자의 표정은 오히려 무덤덤해 보이는데 이들은 자신이 당하는 것보다 더욱 가슴을 졸이고 고통스러워 한다.

나가노 겨울올림픽에서 미국 여자빙상의 히로인 보니 블레어 (34)가 이같은 심정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녀보다 5세가 적은 남편 데이브 크룩생크가 스피드스케이팅 5백m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그녀 자신은 세번의 겨울올림픽에서 무려 5개의 금메달을 따내 미국 여자스포츠선수중 올림픽 최다관왕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남편은 1그룹에도 들지 못하는 무명선수다.

그런 남편의 경기지만 '컨디션은 어떤지' '연습은 잘했는지' 등 이런저런 걱정에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관중석에서 남편의 경기를 보며 속을 태우던 그녀는 "내가 뛸 때 부모님의 심정을 알 것 같다" 고 말했다.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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