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사용, 병 원인 모를땐 더욱 신중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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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나라에선 열이 날 때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은 상식. 그러나 국제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열이 나더라도 무조건 해열제 (解熱劑) 를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원인을 모른채 사용하는 해열제가 질병 경과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 물론 병이 위중할수록 해열제 사용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저널 오브 이뮤놀로지 최신호는 열이 감염증에 대처하는데 면역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논문을 발표해 해열제 남용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미국 로즈웰 팍 암센터 샤론 에반스 박사는 "열이 나면 백혈구가 혈관에 들러붙는 능력이 강화돼 감염균과 싸우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 설명한다.

이 연구팀은 백혈구를 열병을 앓을 때의 체온과 동일한 38~41℃의 배지에 심었더니 24시간 후 감염때 병균과 대처해서 싸우는 특수세포가 1백% 증가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38~41℃의 온도가 병균에 대적하는 항체의 생성을 증가시키고, 인터페론의 항바이러스 활동을 증가시키는 등 면역체계를 강화시킨다는 뜻. 에반스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암환자에게 이 정도의 열을 일으켜서 면역 기능을 강화시키는 열치료법도 적용시킬 수 있을 것" 으로 내다봤다.

열은 감염병이나 암등 각종질환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열이 나면 원인을 우선 알아내야 한다.

원인을 모른채 그때마다 해열제만 사용하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이러스질환인 경우엔 해열제를 사용하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생성을 막고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린다는 보고도 있다.

가장 안전한 해열제로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 계통의 해열제도 간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실제로 선진국 간부전 환자의 대부분이 이것이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스피린 역시 독감때 사용하면 심한 뇌증을 일으키는 라이증후군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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