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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동전 교환' 기피 너무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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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 남편은 퇴근 후 매일 주머니의 동전들을 저금통에 넣는다. 그렇게 모은 동전이 돼지저금통 큰 걸로 두 개가 꽉 차서 나는 동전을 지폐로 바꾸러 은행에 가야 했다.

요즘 은행에서 동전 교환을 꺼린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은행에 전화를 해 문의했더니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만 동전교환을 해준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500원, 100원 단위로 잘 분류해 지퍼백에 담아 화요일 오전 집 앞의 자주 가는 은행으로 갔다.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다 내 차례가 되어 창구로 갔더니 창구직원들이 그날이 화요일인 줄도 모르고 나에게 "손님, 동전은 매일 화요일에만 교환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창구의 여직원뿐만 아니라 뒤에 앉아 있던 남자직원조차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나마 여직원은 조금 친절했지만 남자직원은 내가 미리 전화를 해보고 가져왔으며 오늘이 화요일이라고 말했더니 표정이 확 굳어졌다. 결국 경비원이 동전을 다 센 뒤에 그 남자직원이 통장과 돈을 받았다.

그는 내게 얼마인지 묻지도, 확인하지도 않았다. 60만원이 넘는 돈이었는데, 내가 얼마인지 묻자 그제야 얼마라고 얘기해주고, 황당하게도 통장과 돈을 내주면서 고객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여기 동전요"하는 것이었다.

더 황당한 건 앞의 할아버지 손님께서 요즘 동전 바꾸기가 어렵다고 하시니 그 직원이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둥 그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나오면서 "안녕히 계세요"라고 했지만 그 남자직원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은행 문을 나서면서 정말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무슨 죄인도 아니고, 나도 자식 키우는 사람이고, 내 남편도 직장을 다니고 있기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맘을 좋게 먹어 보려고 해도 하루종일 언짢은 기분이 떠나지 않았다.

은행이 주5일 근무제로 바뀌어도 과로사하는 사람이 나올 만큼 격무에 시달린다는 것도 알고, 동전 교환이 은행엔 달갑지 않은 일이란 것도 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문제로 고객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면 다시는 그 은행 문턱을 밟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시냇물이 모여서 강물이 되듯이 고액 투자자만이 고객이 아니라는 점을 은행들은 명심했으면 한다.

권성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