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성희롱사건 피해자 우조교 승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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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내 최초의 성희롱 소송으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대 禹조교 사건' 이 5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피해자인 禹조교의 승리로 끝났다.

대법원 민사1부 (주심 崔鍾泳대법관) 는 10일 서울대 화학과 전 조교 禹모 (30.여) 씨가 지도교수 申모 (57) 씨와 서울대 총장 및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申교수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은 성적 의도를 가진 신체접촉이나 농담으로 인한 손해 배상을 인정한 첫 확정판결로 그동안 묵인돼 왔던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 강력한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남녀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성적 관심을 표현하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허용돼야 하지만 그 행위가 상대방의 인격을 침해, 고통을 주는 정도라면 위법" 이라며 "피고 申교수가 원고의 신체를 자주 접촉하고 입방식 (入房式) 까지 제의, 원고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한 점이 인정된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직장내 성희롱은 상식.관행에 비춰 위법성이 있는지 여부만 가리면 되지 원심 판단과 같이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인해 업무능력을 저해당했다거나 정신적 안정을 해쳤다는 점 등을 입증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며 성희롱의 요건을 넓게 해석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동피고인 서울대 총장과 국가에 대해서는 "피고 申교수의 성희롱 행위는 직무와 관련된 게 아니므로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며 원심과 같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禹조교는 92년 6월부터 10월까지 지도교수인 申교수가 실험기기 조작을 도와준다는 이유로 20~30차례 신체접촉을 하는 등 성희롱을 했다며 93년 10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 1심에서 3천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 패소하자 상고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불법적 성희롱은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고 고용조건 등을 미끼로 행해진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 며 1심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려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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