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전통 방패연 제작자 우상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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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보름날엔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과 앞으로 닥칠지 모를 액을 담은 액맥이연을 만들어 날려보내세요.” 전통 방패연 제작자 우상욱 (禹相旭.64) 씨. 그가 24년째 연만들기를 '업 (業)' 으로 삼게 된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젊은 시절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희망을 준 것이 연이었기 때문이다.

74년 禹씨는 시작한지 3년밖에 안된 가구점 사업을 부도냈다.

허탈한 마음에 고수부지를 찾은 그는 연 하나를 발견했다.

'그래, 나도 연이나 한번 날려보자' 얼레를 풀어 멀리멀리 띄워올린 연이 액맥이를 한 것인지 연을 날리며 禹씨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禹씨는 그이후 한평생을 연과 함께 보냈다.

3년전엔 우리 연을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후계자도 양성하기 위해 서울성동구하왕십리동에 '연 연구소' 도 차렸다.

20년동안 연을 만들다보니 禹씨는 지방 고유의 연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됐다.

연 밑부분에 '색동옷' 처리를 한 서울의 치마연, 연 머리에 빗 모양의 문양이 달린 경북예천의 빗살연, 연 허리에 갖가지 색을 입힌 경남진주의 허리둥이연등 종류도 갖가지다.

자신만이 지닌 연 제작법도 독특하다.

맘 먹은대로 연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대나무 깎는 법과 한지 재단법, 방줄 메는 법이 특히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 이부분을 섬세하게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제작 비결 덕택에 禹씨는 일본.스위스.프랑스등에 4천여 달러에 달하는 우리 방패연을 5~6차례 수출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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