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여사, “38만 달러 자녀 생활비로 … 나머지는 빚 갚는 데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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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가 2007년 6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 달러의 사용처를 이르면 9일께 제출키로 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8일 “노 전 대통령 측과 협의한 결과 주말께나 사용처에 대한 해명 자료가 완성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는 권 여사의 기억을 최대한 되살려 항목별로 정리된 뒤 문재인 변호사의 법률적 검토를 거쳐 작성되고 있다고 한다. 권 여사가 구체적인 용처에 대해 기억을 못하는 부분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날짜와 세부적 내용은 빠졌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자료에서 권 여사가 100만 달러 중 38만 달러는 당시 미국에 있던 장남 건호씨와 딸 정연씨의 생활비로 줬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계좌로 송금했으며, 일부는 자녀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직접 건넨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권 여사는 “자식들을 미국에 보내놓고 엄마로서 해준 것이 없어 늘 마음에 빚이 있었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 여사는 “집안 살림은 내가 도맡아 했고, 노 전 대통령에게 말하면 화를 낼 것이 뻔해 말을 꺼내지 못했다. 100만 달러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62만 달러에 대해선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진 빚을 갚는 데 썼다고 주장하면서도 채권자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른바 ‘자연채무’라는 것이다. 홍 기획관은 “(검찰 수사와 해명 자료에) 일부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자식들에게 보낸 돈을 40만 달러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는 자료를 받는 대로 곧 권 여사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조사장소는 부산·경남 지역의 검찰청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권 여사는 지난달 11일 부산지검에서 비밀리에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다음 주 중반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쓸쓸한 어버이날 맞은 봉하마을=건호씨가 어버이날을 맞아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호씨 이외 외부 인사의 방문은 없었다고 한다. 김경수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 내외는 오늘 별다른 일정 없이 사저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어버이날엔 봉하마을 경로잔치에 참석해 동네 노인들과 점심을 함께 먹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이 폐쇄키로 한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은 7일 오후 ‘대통령님이 그립습니까? 봉하 주말농장으로 오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분이 그리우신가요? 그리움을 다소나마 달랠 방법을 알려드린다”면서 주말농장 분양을 권유했다. 주말농장 사진도 함께 실렸다.

이철재·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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