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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 선진화 대책에 알맹이가 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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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보면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란 느낌을 갖게 된다. 정부가 애쓰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내놓은 방안들을 보면 바뀐 것도 많고 개선된 것도 꽤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알맹이들이 빠져 허전함을 감출 수 없다.

정부는 서비스산업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윤증현 장관은 취임 초부터 여러 차례 “내수시장을 키우려면 의료와 교육 등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미디어산업에도 이병철·정주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역점 사업이다. 지난해 4월부터 내놓은 서비스산업 종합대책이 이번까지 모두 네 차례나 된다. 그래서 국민들이 잔뜩 기대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담당 차관이 말했듯이 4개월 동안 땀을 흘린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게다. 그런데 이번에 내놓은 물건들이 그런 기대와는 동떨어진 것이어서 실망스럽다.

서비스산업에서 최우선적으로 선진화돼야 할 분야는 의료와 교육이다. 장기로 치면 서비스산업의 차(車)·포(包)라 할 만하다. 나라 경제에 그만큼 기여하거나 비중이 커서가 아니다. 두 산업에 얽힌 규제가 너무 많고 형평과 공익성의 논리가 가장 많이 작용해서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이 낙후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부가 규제만 하지 않았다면 서비스산업은 제조업 못지않은 국제경쟁력을 가졌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정부 규제와 이해관계자들의 형평성 논리가 서비스산업의 투자와 경쟁을 가로막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두 산업만 선진화되면 나머지 서비스산업들의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 발표에서는 이 두 산업의 해결책이 쏙 빠졌다. 영리의료법인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11월로 미룬다고 했는데, 설립을 미루는 게 아니라 설립 여부를 그때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은 그나마 좀 낫다. 외국 교육기관이 국내에 설립한 학교에서 수익이 나면 자기네 나라로 송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외국 영리법인이 국내에 교육투자를 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를 통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투자와 경쟁이다. 누구든 병원과 학교, 미디어 등에 투자하고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주식회사는 안 되고 영리법인은 불가능하다면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생겨날 부작용은 막되 원칙적으로 영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부처 간 토론에 다시 한번 맡겨보되 11월에도 안 된다면 그때는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