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공계] 3. "기술 천시 사농공상 부활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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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사회에 사농공상(士農工商) 인식이 다시 살아났다. 기술 천시 풍토가 만연하고 인문계 출신이 득세하는 세상이다."

한국기능선수회 이용복(홍익대 교수)회장은 "심각한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동안 일궈놓은 경제 발전까지 무너질 위기"라며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도약하려면 기술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업 입국에 대한 재조명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는 국제기능올림픽 종합우승을 14번이나 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한국은 기술인력이 세계 최고인데, 상품은 왜 그렇게 형편없느냐고 비아냥거린다. 기술인력이 산업현장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술자들은 '빨리 만들어라''대충 만들어라'는 요구까지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용접분야 기능대회 출신자다. 한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승하면 정부가 카퍼레이드도 벌여줘 가슴 뿌듯한 기억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기술인이 모일 회관 하나 없다"고 그는 지적한다. 이 회장은 "우리가 공업 입국을 세운 것은 이공계에 대한 대우를 그만큼 해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김시래(팀장), 염태정.심재우.강병철(산업부), 김남중.강홍준.하현옥(정책기획부), 김방현(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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