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기 왕위전]목진석과 유창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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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고난을 자초한 백50

제4보 (50~68) =아는 길이라도 제대로 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욕망이 옆길을 유혹한다.

유혹에 끌리지 않으려면 평상심을 유지해야 하고 무엇보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러나 승부란 쟁심 (爭心) 과 승리욕을 바탕으로 성립되는 것이니 어찌 그리 쉽게 마음을 비울 수 있겠는가.

睦3단은 2분을 생각하고 50에 틀어막는다.

돌을 보면 으레 가르고 싶은 법. 그러나 이 수는 대세를 외면하고 작은 것을 탐하고 있다.

국후에 睦3단은 '참고도' 백1, 3의 수순을 보여주면서 왜 이렇게 밖에서 막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돌은 대해로 뻗어가야 한다.

'참고도' 처럼 중앙을 취하고 상대로 하여금 A에 넘도록 강요하는 것이 순리다.

이런 정도는 睦3단의 수준에선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睦3단은 순간적으로 '분단공격' 이란 욕망에 눈이 멀어 50으로 틀어막고 51의 요소를 내줬다.

그 여파는 혹독했다.

공격은커녕 백은 일방적으로 쫓기기 시작했다.

59야말로 절호의 요소였으나 이곳도 흑의 수중에 떨어졌다.

劉9단은 순풍에 돛단듯 나아가고 있다.

흑은 두텁다.

집도 우상과 상변, 그리고 우하쪽까지 세군데에 확정가가 있다.

백은 우하의 10집 말고는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다.

무엇보다 위기를 외면한 50이 너무 한가해 보인다.

劉9단은 바둑이 쉽게 풀리자 거의 노타임으로 두고 있다.

67도 으레 선수라고 믿고 둔 노타임의 한수. 그러나 이 순간 睦3단의 68이 반짝하고 빛을 발했다.

50의 실수를 한탄하며 고개를 숙인 채 반격의 기회를 노리던 睦3단이 67에서 드디어 빈틈을 발견한 것이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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