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스타일리스트]통신작가 부부 황세연·임혜진…사이버 커플 이야기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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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본형' 부부의 모습은 곰 같은 남편과 여우 같은 아내다.

이와 반대로 곰 같은 아내와 여우 같은 남편이라면 - .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지난해 8월 하이텔 사이버PC문단에 '곰 같은 아내, 여우 같은 남편' (GO PCPOEM.10) 코너를 만든 통신작가 황세연 (31).임혜진 (29) 씨 부부를 엿보자. 95년 소설 '염화나트륨' 으로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당선한 남편 황씨는 사이버 문단에선 알아주는 작가다.

'붉은 비' 로 96년 컴퓨터통신문학상을 수상

(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로 출간) 한데 이어 지난해엔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까지 받았을 정도니까. 한 우물을 판 황씨와는 달리 아내 임씨는 자칭 '멀티작가' 다.

천리안에 소설 '그녀의 남자들' 을 연재중인 그녀의 대표작은 여행부문 베스트셀러 2위까지 오른 '돈도 벌고 여행도 하고 영어공부도 한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통해 호주에서 일하며 즐기는 정보를 담고 있다.

도서관 사서생활, 일본 어학연수, 1년간의 호주체류…. 그러면서 그녀는 항상 글을 썼다.

결국 소설로 회귀하기까지 번역과 시나리오 창작, 정보지 집필활동 등 여러 장르에 쉴새없이 매달렸지만 말이다.

사연 없이 결혼한 부부가 어디 있겠냐만 3개월이란 짧은 연애기간 동안 '인연' 임을 실감케하는 필연의 사연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우리의 이야기를 둘만의 비밀로 간직하긴 아깝다.

통신작가 모임에서 인연이 비롯된 만큼 통신을 통해 사랑얘기를 세상에 알리자” . '곰 같은…' 은 이렇게 시작됐다.

제목에 대한 얘기 하나. 말 그대로 두사람이 곰과 여우를 닮아서?

아니다. 그보다는 신세대 부부답게 남편과 아내의 역할은 고정된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두사람은 결혼 뒷얘기를 털어놓은데 이어 “부부싸움도 이곳을 통해 할 테니 '통신 배심원' 들의 공정한 심판을 기대한다” 고 우스갯소리도 전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 애타게 배심원을 찾는 글은 찾아볼 수 없으니 어찌된 영문일까. 하루 종일 집안에 함께 있다 보면 충돌도 많을 텐데…. 임씨의 답변. “만난 후 지금까지 한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웬만한 일은 둘 다 신경 안 쓰고 그냥 넘어가니까요. 게다가 같은 일을 하니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요.” 그러고 보니 이들의 얼굴 생김은 참 많이 닮았다.

그래서 잘 사는 건가.

아니 부부가 '잘 살기 위해' 맞춰나가다 보면 어느덧 하나로 닮아 가는 게 아닌지. 어느 쪽이라도 좋다.

같은 길을 나란히 걸어가는 황세현.임혜진씨 부부의 모습은 어떻게든 닮아 있을 테니까.

대전 =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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