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조실·비서실 어떻게되나…당장 폐지 어렵지만 변신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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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재계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가 30대그룹 기조실 폐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자 곤혹스런 표정이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비서실.기조실 등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당혹스런 재계 = 주요 그룹은 “우선 대통령당선자측의 진의와 배경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면서 “9일 기조실 임원회의 결과를 보고 대안을 마련하겠다” 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일부 그룹 관계자는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하겠지만 준비할 시간은 있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새 정부측이 기조실 조직의 순기능을 무시한 채 대안에 대한 언급도 없이 이를 없애라고 한다면 현실을 도외시한 발상” 이라며 “기조실을 없애려면 먼저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해 기조실 기능을 넘겨받도록 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주요 그룹 움직임 = 회장이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으라는 金당선자 요구에 맞춰 회장이 대표를 맡을 계열사의 기획실로 비서실 기능을 이관하면서 기존 기능은 대폭 축소한다는 게 대체적인 계획이다.

또 그룹 계열사간 조정기능을 맡을 '계열사협의체' 같은 기구의 신설을 구상하는 그룹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조실의 그룹 통제기능은 크게 약화되면서 선단식 경영이 불가능해져 그룹해체와 비슷한 결과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그룹은 배경과 상세한 내용을 좀 더 알아보고 결정하겠다며 신중히 움직이고 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비서실을 없애면 계열사간 중복투자를 막을 수 없고 눈앞에 닥친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할 주체가 없어지는 등 문제점이 있다” 며 “당장 없애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그룹은 비주력 계열사 및 경영실적이 부진한 회사의 회장 (지배주주) 을 사외이사로 참여시키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대신 주력 계열사는 鄭씨 일가가 대표이사를 맡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대우는 김우중 (金宇中) 회장이 대우자동차 등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이 회사의 기획실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또 그룹 사장단회의를 활성화해 의결기구 역할을 맡기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LG그룹은 LG화학.LG전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구본무 (具本茂) 회장의 타계열사 대표이사 추가등재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우리 경영기획실은 다른 그룹 비서실보다 통제기능이 약하고 의견수렴 및 사업조정 역할을 많이 하고 있지만 새 정부의 요구수준에 맞게 조직을 정비할 것” 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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