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친한파가 없다]대책…분야별 전문로비스트 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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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 제도와 문화에 근거한 로비 = 최근 정부가 로비강화를 위해 대미 홍보회사로 내정한 버슨 마스텔러사의 한 간부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

하지만 많은 미국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뿌리깊은 편견을 갖고 있다.

한국의 정경유착, 정부정책의 신뢰부족 등 부정적 사실만을 기억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일소하고 친한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대미 홍보와 로비방향은 무엇일까. 대미 전문가들은 우선 로비활동의 문화적 이해가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재미 (在美) 이인영 (李仁永) 변호사는 특정집단에 의한 특정이익 관철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특정집단이 자기 이익만을 위해 로비할 경우 사회규범적으로 문제가 되지만 미국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다는 게 한국과의 차이가 있다” 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동포들이나 친한인사를 포함한 분야별 로비집단 형성이 급선무다.

로비활동의 전문성과 총제적 관리 역시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에서 국가권력은 사방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사안별 전문가 그룹을 형성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미국 행정부가 외국기업에 대해 수입규제 등 통상.세금관계.지적재산권보호.금융시장개방에 대해 통제 수위를 높일 경우 단순히 해당분야에 관한 법규 개정 뿐만 아니라 관계가 없어보이는 분야의 법규 개정을 통해서라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정치적 의견수렴과정 및 관행에 대한 철저한 정보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과 정보부서가 각 기업의 해외주재원에게까지 자국홍보와 로비역을 부여하고 있는 사실은 대미 로비의 구체성과 총체적 관리라는 차원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 홍보논리와 우호적 분위기 = 미국이 한국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먹혀들 홍보논리 개발도 필요하다.

워싱턴의 대형 홍보회사 APCO사 해리 레프 부사장은 “홍보는 어떤 메시지를 누굴 통해 어떤 사람에게 전달하는 지가 핵심” 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인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미국사회에 전반적으로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국정부의 정책이 미국에 인기가 없을 때 미국내 친구를 만들기란 매우 어렵다” 는 IPAC의 플렁크 부사장의 말처럼 '여건조성' 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관련, 코리아 소사이어티회장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는 “김대중 (金大中) 씨의 대통령당선은 미국내 친한인사를 만드는 데 축복일 수 있다” 고 말했다.

민주화투쟁을 했던 지도자의 긍정적 이미지가 대미활동을 본격화하는 데 좋은 여건이라는 지적이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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