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 자국통화결제로 달러 의존 축소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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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금융위기를 겪는 동남아 국가들이 자구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국 통화를 이용한 무역대금 결제방안이 필리핀.싱가포르의 가세로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7일 고촉통 (吳作棟)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한 뒤 "싱가포르가 미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 국가간의 무역거래시 달러화를 배제하고 현지통화를 사용하자는 제안을 지지했다" 고 밝혔다.

그는 또 "이를 위해 동남아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 회담이 필요하며 외환문제에 동남아국가연합 (ASEAN) 회원국들이 공동 대처해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고 덧붙였다.

통화가치가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이 방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싱가포르의 가세는 다소 뜻밖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마하티르 총리와 피델 라모스 필리핀 대통령은 회담을 갖고 "ASEAN 국가간의 교역 증대와 관광산업 부흥을 위해 양국간의 교역에서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데 합의했다" 고 밝힌 바 있다.

이 방안의 핵심은 수입대금을 자국 통화로 지급함으로써 달러화를 매개로 할 때 발생하는 환전 수수료 등의 부담과 환차손을 줄이자는 것이다.

케사르 보티스타 필리핀 무역장관은 "이 계획이 실행되면 달러에 대한 의존도가 약 30%정도 줄어들 것" 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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