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사청문회 대신 언론검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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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정부 인사스타일이 달라졌다.

대통령당선자 비서실장이 내정된 수석비서관 후보명단을 단수 또는 복수로 발표했다.

이렇게 후보명단을 공개하는 이유는 철저한 '언론검증' 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깜짝쇼' 였다.

발표 직전까지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다 예상밖의 인물을 내세워 "요건 몰랐지" 하는 식으로 인사를 운영했다.

인사의 내용보다 그 방식의 충격요법에 더 비중을 둔 듯했다.

비밀인사에 따른 부작용도 많았다.

초기엔 내부적 검증도 제대로 안 거쳐 임명된지 며칠만에 흠집이 드러나 물러나는 예도 있었고, 임명후에야 그 자리에 전혀 합당치 않은 인물로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전 공개방식은 이러한 비밀주의의 부작용을 없애자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 방식 역시 정도 (正道) 는 아니라고 본다.

내정됐다 이런 저런 결점이 드러나 인사가 불발됐을 때 생기는 부작용 역시 가볍지 않다.

노태우 (盧泰愚) 정부는 언론에 명단을 고의적으로 흘려 사전검증해보는 방식을 자주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인사들이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까지 노출돼 피해를 본 경험이 있었다.

따라서 이런 사전 공개방식은 철저히 본인의 동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임명 이삼일전에 후보를 발표해 언론에 검증을 해보라는 것도 무리다.

짧은 기간의 검증은 피상적인 관찰일 수밖에 없다.

또 내정자에 대한 음해공작 시비도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이런 검증방식은 이번으로 국한시키고 정정당당하게 인사청문회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내정된 인사들 가운데 경제수석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내각에서 경제운용을 통합관리해 오던 경제부총리가 없어진 만큼 청와대 경제수석의 비중은 불가피하게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와대 경제수석은 단순히 경제이론가보다는 현실경제에 대한 경험이 있는 것이 좋고, 이론가의 경우에도 급진적이거나 균형감각을 의심받는 인물이어선 안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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