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 지분도 주총 의결권 주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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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내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를 전면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들뿐만 아니라 기관들의 지분도 향후 기업경영권 판도에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5일 "외국인들의 적대적 인수.합병 (M&A) 까지 허용한 상황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보유주식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며 "기관들이 의결권은 물론 주주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 밝혔다.

증권신탁업법에 따르면 기관들은 자기자산인 고유계정 주식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고객돈을 맡아 운용해주는 신탁계정의 경우 "신탁자산에 명백한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 를 제외하면 주총에서 적극적 찬반을 표명하지 못하고 중립을 지키는 이른바 '셰도 보팅' 만이 가능하다.

셰도 보팅이 명문화된 것은 지난 95년 12월 동부그룹이 한농의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면서 은행 신탁계정에 들어 있던 한농 지분을 끌어다 자기쪽에 유리한 의결권을 행사토록 한 일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기관들은 증시의 전면개방으로 외국인들의 경영참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이러한 규정은 역차별이라며 정부에 의결권 부활을 요구해왔다.

대한투신 관계자는 "셰도 보팅 규정은 사실상 금융기관 신탁재산에 편입된 주식을 무의결권주로 만드는 결과를 빚었다" 고 지적했다.

기관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 향후 상장사 오너와 외국인간의 지분싸움에서도 승부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관 보유물량은 전체 상장주식수의 30%를 웃돌아 일반인 지분에 버금가며 외국인 보유물량의 두배가 넘는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각종 펀드들이 막대한 지분을 바탕으로 경영진 개편을 요구하는 등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일이 많다.

홍승일·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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