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국내 금융기관, 수억불 법정싸움 벼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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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융파생상품 투자에 거액을 빌려준 외국계은행과 국내증권.투신사, 보증을 선 국내은행사이에 투자손실금의 부담을 누가 지느냐를 놓고 국제적인 송사 (訟事)가 벌어질 전망이다.

사건의 발단은 신세기투신이 설정한 역외 (域外) 펀드가 태국 바트화.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일 엔화 등을 기초로 JP 모건과 맺은 파생금융상품거래에서 거액의 손실을 본 후 영업정지로 사실상의 채무불이행에 빠진 것. JP 모건측은 신세기투신으로부터 자금회수가 어렵게 되자 보증을 선 주택은행에 대해 투자원금은 물론 파생금융상품으로 인한 추가 손실분마저 물어내라고 요구했다.

당초 신세기투신이 JP 모건으로부터 빌린 투자자금은 5천만달러였으나 바트화와 루피아화의 폭락으로 발생한 파생금융상품거래의 손실은 그보다 큰 7천만~8천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JP 모건이 판매한 이른바 '토털 리턴 스와프' 란 파생금융상품은 예컨대 태국 바트화 가치가 떨어지면 역외펀드가 JP 모건에 배율에 따른 계약금액을 물어주고 그 반대일 경우에는 JP 모건이 펀드에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택은행으로서는 투자원금은 몰라도 파생상품거래로 인한 손실은 물어줄 수 없다며 소송을 해서라도 대지급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JP 모건은 신세기투신 이외에 SK증권과 대한.한남투신 등에도 액면가 5천만달러에서 2억달러에 이르는 파생금융상품을 팔아 원금의 두배에 이르는 손실을 보자 이의 지급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증권은 JP 모건측이 판매한 파생금융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이미 법무법인 세종에 소송을 포함한 모든 법적 대응방안을 강구하도록 위임해 놓았다.

한편 주택은행이 신세기투신에 보증을 섰다가 물려들어간 것을 본 다른 보증은행들은 국제소송의 여파가 보증기관에까지 미칠까 전전긍긍이다.

이와 관련, 은행감독원은 이들 증권.투신사의 역외펀드자금에 보증을 선 주택.외환.보람은행 등에 대해 보증 경위와 손실 규모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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