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에 담긴 뜻…IMF극복 의지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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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사정 대타협' 으로 우리 경제구조와 사회적 분위기에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IMF고개' 에 가로놓인 장애물이 제거돼 경제위기 극복에는 한 걸음 다가섰지만 모든 분야에 강도높은 고통분담이 현실로 닥친 것이다.

무엇보다 정리해고가 전산업분야에서 합법적으로 시행되게 된 것은 아무리 실업대책이 강화된다 해도 직장인들을 위축시키는 가장 큰 사건이다.

99년 3월까지의 유예기간이 사라지면 우려했던 대량실업 사태가 올 봄부터 당장 가시화된다.

단위 사업장별 '춘투 (春鬪)' 도 예상된다.

이처럼 '보통사람' 들의 충격과 희생이 담보된 만큼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공무원 감축 등 다른 쪽의 개혁도 과감하게 이뤄질 것 같다.

경제계에선 “어느 기업도 무사하지 않을 것” 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날의 합의는 국가위기에 대한 우리의 상황인식과 극복의지가 공감대를 이뤘다는 의미도 갖는다.

주변의 여기저기에 낀 군살들을 보면서 느껴온 '언젠가 빼야 한다' 는 생각들이 구체화됐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IMF 등 국제사회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요구한 조건들의 상당부분을 국민이 감수키로 한 셈이다.

이번 합의가 한국의 국제적 신인도 향상에 기여할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해외 투자기관을 포함한 민간자본의 국내유입에 급격히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있다.

“잘하면 위기극복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는 설명이다.

김대중대통령당선자는 합의타결 소식을 전해 들은 직후 일산자택을 방문한 국제투자전문회사인 골드먼 삭스사의 코진 회장과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에게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됐다” 고 자신있게 투자협력 등을 요청했다.

합의도출 과정에는 金당선자의 향후 국정 및 정국운영 전략도 잘 드러나 있다.

金당선자측은 특히 일방주도식이 아닌 합의로 이를 이뤄냈다는데 의미를 둔다.

노사정 (勞使政) 3자 대표가 동의한 만큼 관련 집단의 직접적인 불만을 차단할 수 있고 향후 빚어질 수 있는 책임의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난제도 많다.

현 정부에 의해 4년여전 폐지된 교원노조 등의 부활을 놓고 벌써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더욱이 일단 절충에 실패해 뒤로 미룬 과제들의 실현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 같다.

관련 입법을 위해 국회에 대해서는 '여론' 이란 배경을 업고 임할 태세지만 여소야대라는 한계 때문에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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