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천신일에게 9억 보낸 전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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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가 천신일(66)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박연차(64·구속)태광실업 회장의 돈 거래 내역이 담긴 관련 자료를 찾아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6일 실시한 서울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서다. 이 자료는 국세청이 지난해 11월 박 회장을 탈세 혐의로 고발할 때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한 달 전인 2007년 11월 박 회장이 천 회장에게 9억여원을 보낸 것으로 기록돼 있는 송금전표를 포함해 두 사람 간의 돈 거래가 의심되는 자료를 발견했다는 것. 수사팀 관계자는 “이 돈이 사업과 관련된 자금인지, 불법 정치자금이나 로비 자금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압수수색에서 박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수억원을 건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서류도 발견했다. 이 자료는 지난해 서울국세청이 박 회장과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때 압수한 것으로, 지금까지 노 전 대통령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천 회장 집, 세중나모 압수수색=검찰은 이날 천 회장의 집과 세중나모여행사, 계열사인 세성항운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천 회장과 자금 거래가 있었던 10여 명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이날 하루 모두 1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국세청이 검찰에 넘기지 않은 자료 중 상당 부분이 천 회장 관련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6일 밤 이뤄진 국세청에 대한 2차 압수수색에서 컴퓨터 서버에 저장된 직원들의 e-메일을 확보했다. e-메일에는 박 회장 세무조사 때의 내부보고 자료와 첨부파일 등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세청 직원들이 박 회장 측 인사와 접촉한 내용이 담긴 업무일지 형식의 자료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조홍희 전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등 당시 세무조사를 맡았던 직원들을 불러 관련 자료를 고의로 누락시켰는지 조사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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